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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도쿄와 유쾌한 무관심 - '김영하여행자도쿄' 1. 는 한눈에 여행기, 혹은 여행에세이 같다. 물론 나 역시 그럴 줄 알고 책을 집어들었지만, 이는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내가 해석한 이 책은 다음 세가지로 읽힐 수 있다. 각 음절별로 - 김영하여행자(혹은 여행자김영하) / 여행자도쿄(도쿄여행자) / 도쿄김영하(김영하도쿄) - 즉, 김영하/ 여행자/ 도쿄, 를 마음대로 자유분방하게 섞어놓은 글 모음책 - 및 사진 모음책 같은 것. 책의 구성은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Short Story]는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한 한 여성이 대학원시절 짝사랑한 일본유학생을 도쿄에 와서 만나는 짧은 소설이다. 두번째는 도쿄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짧은 코멘트를 담은 [Eyes wide shots in Tokyo], 마지막 [Essays]는 도.. 더보기
포르테와 떠나는 자전거 여행 1. 입사는 `07년 2월에 했으나, 현업에 배치된 것은 4월 1일. 그 때만해도 부서에 적응하고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어서 여름 휴가 따위는 머나먼 얘기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여름이 다가오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계획을 짜고 있는데, 이미 경험많은 선배들은 4월도 여행을 준비하기에 늦은 시간인 것을 깨우쳐 주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7월말 8월초에 아예 공장 문을 닫고 쉬는데 그 때가 여름 휴가의 절정기라서 교통편이나 숙박예약을 미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이미 나는, '입사 첫 해 여름휴가는 유럽에서 보내리라'라는 정도의 마음만 먹고 있다가 5월 중순부터 허겁지겁 준비하기 시작했다. 항공권은 180만원정도의 아시아나 직항을 어렵게 구하고 숙박료 등도 꼼꼼히 따져보고 할 겨를이 없어 일주일간 영국.. 더보기
가슴을 촉촉히 예전부터 생각은 해 놓고 있었는데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연고도 없는 거제도에서 뭔가 회사를 벗어난 관계도 만들고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어서 회사 내 장학 동호회에 가입했다. 일주일에 한번, 인근 성포중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게 된 것. 지난 주 화요일 첫 수업에 들어갔다. 취직을 하니까 '이제 과외를 안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다시 중학교 수학교과서를 보니까 가슴이 설랬다. 대기업 두곳을 끼고 있어 나름 번화하고 발전된 거제 중심가와는 달리 성포중학교는 정말, 진짜 TV에서만 보던 시골학교의 모습 그대로였다. 교무실은 내 기억에, 대부분 1층 중앙문 바로 옆에 큰 교실 두개를 붙여 선생님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권위의 상징이어서 어릴적 교무실에 들어간다는 것은 뭔가.. 더보기
어느 정거장에서의 오후 예전 호주에서 잠시 어학연수를 할 때의 일이다. 처음 멜번에 도착해서 한달 정도 되었던 어느 날인가, 오후 수업도 없고 특별한 약속도 없어서 일찌감치 집에 도착해 책을 좀 보다가 수영이나 갈 생각이었다. 마침 집에 먹을 것도 떨어져가고, 필요하던 몇 가지 것들이 있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두 손 가득 식료품을 들고 전철을 탔다. 멜번의 전철은 우리 1호선처럼 생각하면 된다. 지하로 다니는 구간은 적고 대부분 경전철처럼 지상으로 다니는 형태다. 한 오후 두시쯤 되었을까, 갈아타는 구간에서 내린 다음에 옆 플렛폼으로 넘어가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멜번의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하루에도 몇 번씩 흐렸다 개였다 하는데, 흐렸다 개였을 때의 맑은 햇살을 받으면 온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정류장에는.. 더보기
승 부 수 어린 시절엔 참으로 쉽게 살았다. 모범적이고 성실한 학생이 되는 건 참 단순하다. 집안의 여건이 최악이 아닌 다음에야 어른들이 하라는데로 하면 되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아주 대단한 사람이 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으나 대강 무난하고 아주 쪼들리지는 않는 삶을 살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자녀들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쉬운 것이 그 때는 그렇게 어렵고 짜증나고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니, 먹은 나이보다는 더한 책임이 있고 매번의 판단마다 육중한 부담이 느껴진다. 이번 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까이 가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만의 하나 실패했을 경우 적지않은 심적 타격과 무기력감에 빠지게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부담감과 허무가 회사에 대한 미련을 지워버릴 수도 있을 것 .. 더보기
벤자민 버튼의 이상한 경우(?!)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로 죽음을 맞이하는 독특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인공 '벤자민 버튼'의 인생은 사실 그다지 극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 물론 이 설정의 파괴력이 대단하지만 -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며 때론 기뻐하고 때론 좌절하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쓰디쓴 이별의 아픔을 겪고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이야기. (자신을 버린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나타나 재산을 물려주는 부분은 코리안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설정이기도 하며, 어떤 면에서는 의 냄새가 나기도 했다.) 조금 눈여겨볼 것은, 벤자민은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계속 젊어지기 때문에 다른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노숙했고 다른 나이의 늙은이보다 훨씬 생기넘치게 되었다. 아이들이 뛰어놀 때 항상 죽음을 눈앞에 두.. 더보기
위태롭고 자유로운, 고정(固貞)으로의 일탈 - '개밥바라기 별' '씨발...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사는거야'라는 본문의 내뱉음처럼, 나도 어린시절 '씨발... 남들처럼 똑같이 살 순 없는 거야'라고 되뇌이곤 하였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굴곡많은 영화 속 주인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인전에 나오는 영웅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매일 똑같은 학교와 집의 반복되는 일상 이상의 조금 더 어떤 방식으로든 남들과 다르게, 어쩌면 스케일 크게 살고 싶은 욕구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없는 총체적인 고뇌가 가장 감수성 짙은 학창시절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 무렵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읽었다. 이문열의 자전적인 소설 만큼이나 황석영의 젊은날이 담겨있는 '개밥바라기별'은 이라는 젊은이가 겪는 정신적 고뇌을 통해 성장의 도정을 담아내고 있다. 대학시절 존경하는 선생님은 '성장이라.. 더보기
위기와 기회 세상에 무수히 많은 재주 중에서 가장 으뜸인 것이라면 역시 사람을 다루는 재주라고 하겠다. 적벽에서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신기를 부린 제갈량도,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는 연설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같은 사람도 그 위대함 속에 주변인을, 혹은 대중을 이끌어 그 사람의 뜻에 따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닌 것이다. 이 힘을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책이, 방송이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특히 기업을 경영하는 학문과 영역에서 '리더십'을 주창하는 것보면 리더십이 갖추어진 리더가 이끄는 조직만이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업경영이라는 것도 사람의 살이살이 과정이고 그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