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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와 떠나는 자전거 여행


1.

입사는 `07년 2월에 했으나, 현업에 배치된 것은 4월 1일. 그 때만해도 부서에 적응하고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어서 여름 휴가 따위는 머나먼 얘기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여름이 다가오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계획을 짜고 있는데,
이미 경험많은 선배들은 4월도 여행을 준비하기에 늦은 시간인 것을 깨우쳐 주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7월말 8월초에
아예 공장 문을 닫고 쉬는데 그 때가 여름 휴가의 절정기라서 교통편이나 숙박예약을 미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이미 나는, '입사 첫 해 여름휴가는 유럽에서 보내리라'라는 정도의 마음만 먹고 있다가 5월 중순부터
허겁지겁 준비하기 시작했다. 항공권은 180만원정도의 아시아나 직항을 어렵게 구하고 숙박료 등도 꼼꼼히 따져보고
할 겨를이 없어 일주일간 영국만 여행하는데 거의 4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말았다. 물론, 여행에서 얻은 것들의
값어치야 그보다 훨씬 진귀한 것이겠지만,,, 역시 준비없는 여행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작년 여름휴가에는 외생관교육이 끝나고 중국 파견이 계획되어 있어서 집에서 짐싸고 있었다. 결국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휴가 끝나고 중국 파견도 계속 미뤄지다 이렇게 되어버리고, 그냥 서울에서 사람들에게 속절없이 '빠이빠이'만 하고 만 것이다.




2.

결국 3개월간의 고민 끝에 결정했다. 기아포르테가 내 생애 첫 애마가 될 것이다.
폭발적인 세금혜택이 마련되는 5월까지 기다려볼까 하다가 어차피 나야 있던 차 팔고 어쩌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5월에 추가적인 할인 없다는게 공식화 되면서 더 기다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확실히 차를 구매하는 것은 뭔가 다른 것과 달랐다.
중고 중형차를 살까, 새 준중형차를 살까, 사면 어떤 차를 사야되나 정말 무수히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고
수없이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며 중고차 시장도 숱하게 가봤다.

다른 걸 사면서 이렇게 조사하고 다니면 짜증도 날 법 하겠지만, 요놈의 차라는 물건이 신기한게 알면 알수록
재밌고 더더욱 궁금해진다. 왜 사람들이 - 특히 남자들이 - 차에 열광하는지 알겠음

어쨌든 이번 주말에 서울에 가면 운전연습도 할 겸 서울 시내 곳곳의 기아자동차 영업소에 가서 견적을 뽑고
아예 계약까지 할 생각이다. 실탄도 마련해 두었다. - 앗싸!!


3. 

휴가를 외국에 가도 참 좋겠지만, 난 올해 여름은 새 애마 포르테와 함께 전국여행으로 할 생각이다.
이제는 해외여행에 대한 특별한 로망이 남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 물론, 신차 구매에 따른 비용에 대한 부담도 무시는 하지 못하겠다. -

이제 이동에 대한 제약이 완전히 사라졌으니 내가 가지 못했던 우리 산하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생각이다.
그 기본교재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 1ㆍ2'를 하려고 한다. 김훈의 에세이와 소설은 구석구석 읽어 봤지만, 확실히
자전거 여행에서의 감흥은 내가 그곳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그리 와닿지 않았다. 

만경강 하구, 섬진강 덕치마을, 전남 구례, 남한산성에서 자전거 여행의 텍스트를 다시 되새김질 해 보고 싶었다.
<1박 2일>에서 조명하는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에 영향을 받은 면도 없지 않겠지만,,, <1박 2일>의 촬영지나
기타 다른 여행에세이에서의 감상은 참고서 정도로 할 수 있겠다.

김훈의 말처럼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느낌 역시 소중한 것이겠지만,
어쩌랴,,,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슬픈 샐러리맨의 달콤한 휴가에서 그 아름다운 아날로그는 어쩔 수 없는
사치가 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