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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내 삶 속에 찾아온 이야기들 - 김훈, '저만치 혼자서' 많은 사람들이 , , 등 김훈 선생의 역사 기반 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말 김훈 선생의 팬이라면, 그래서 김훈 선생의 신간을 놓치지 않고 읽는 독자라면 선생님의 역사물 못지않게 현대물, 특히 단편소설의 매력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긴, 단편소설 못지 않게 에세이도 감동적이긴 하다. 역사 소설이나 현대 소설이나 김훈 선생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말 디테일한 ‘취재'를 기반하여 작품을 끌고 나가는데 있다. 예전 어떤 인터뷰에서 김훈 선생은 본인이 직접 보지 않거나 확인하지 않은 것들은 감히 글로 담을 수 없다고 하셨다. 아울러, 그래서 이데올로기나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구름 위의 어떤 사상, 신념 같은 것은 다루기를 꺼리고, 오직 현실에 발딛고 있는 각 개별 인간의 군상들에 주로 관심을 둔다고 .. 더보기
초원과 산맥에 흩어진 문명과 야만의 조각 - 김훈,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사람이 동물에서 인간 모습을 점점 더 갖추어갈 즈음 오래 전 어느 때, 태초라고 부를 정도의 원시의 세계에서 유목 생활에 근거한 '초'나라와 농경 문화의 '단'나라 사이에 일어난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역사로 보자면 고조선보다도 이전 시대, 인간이 문명화되고 있는 시기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말, 말과 말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를 묘사하였다. 이미 상상력의 규모가 SF수준인 스케일의 신화적 작품이라 내 개인적인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다만 중국 농경 민족이나 우리나라가, 북방 유목 민족과 크고 작은 싸움이 있었던 경험과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대략 그 시대의 대립에 미루어 짐작하거나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훈 선생님의 섬세하고 강인한 풍경묘사와 그 사실적인 묘사가 서사로 이어지는 힘을 무.. 더보기
포수, 무직, 담배팔이 - 김훈, '하얼빈' '안중근은 체포된 후 일본인 검찰관이 진행한 첫 신문에서 자신의 직업이 '포수'라고 말했다. 기소된 후 재판정에서는 '무직'이라고 말했다. 안중근의 동지이며 공범인 우덕순은 직업이 '담배팔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 주었다. (중략...) 이 청년들의 생애에서, 그리고 체포된 후의 수사와 재판의 과정에서 포수, 무직, 담배팔이라는 세 단어는 다른 많은 말들을 흔들어 깨워서 시대의 악과 맞서는 힘의 대열을 이루었다. (중략...)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나는 밥벌이를 하는 틈틈이 자료와 기록들을 찾아보았고, 이토 히로부미의 생애의 족적을 찾아서 일본의 여러 곳을 들여.. 더보기
안개처럼 퍼진 절망의 성 - 김훈, '남한산성' 16세기 한 영웅의 삶을 부활시켜 좌절 속에서 고통을 인내해 가는 한 인간을 김훈이 '칼의 노래'에서 보여줬다면, 굴욕과 생존 속에서, 혹은 그 한데 엉켜진 덩어리 뭉쳐 있는 인간 군상들을 좀 더 여러 굴레에서 보여주는 소설이 '남한산성'이었다.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을 같은 선상에서 굳이 볼 필요는 없겠으나, 삶의 총체성과 일상성을 좀 더 중층적으로, 다면적인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는 면에서 '남한산성'은 '칼의 노래'에 제법 괜찮은 속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존명과 양이 - 청에 대한 - 는 다분히 이분법적인 구도이며, 우리는 그 구도를 쉽게 내면화시키지만 현실 속에서 삶과 생존, 실과 리는 결코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들이 기대고 있는 기둥이 그러할 뿐이며,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김훈은 담담하게, .. 더보기
오호, 단편이라... - '강산무진' 나는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을 훨씬 좋아한다. 점점 나이 들면서 장편 소설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사라진 까닭도 있지만, 점점 급해지는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내력이 부족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스피드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점점 좋아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김훈의 단편이 엮여있는 책이라 마냥 좋았다. 친구 모씨는 이번 '강산무진'을 보고 이제 김훈이 소설가 티가 난다고 했는데, 그럴 듯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김훈의 문장에 특히 매력을 느끼지만 뭔가 대중적인 냄새는 맡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작품 몇 몇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Yes24에 들어가 서평을 보니 어떤 사람은 내가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들을 보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했는데, 별 상관치 않겠다. 그러나 김훈이 주는 문장의 마력이나 통.. 더보기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 '칼의 노래' 수능 끝나고 한창 놀던 때, 스타크래프트에 빠졌다. 주로 테란으로 했는데, 지금은 아주 인기있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테란은 최악이었음. 기본 전투 유닛이 마린이었는데 아무리 싸다고 해도 질럿과는 쨉도 안되고 한번에 두마리씩 나오는 저글링에게도 상대가 안됐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테란을 고수하며 게임하고 있는데, 언젠가 마린 하나를 클릭해서 정찰보내고 나서 살짝 '내가 저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마린이라면 어떤 느낌일까'고 생각해보았다. 물론 이내 지워버렸지만. 2~3년 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도 생겼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시민'이 한 순간 '병력'이 되버린 순간. 훈련이라는게 '지시대로 움직이는 연습'의 반복이므로 언젠가 국지도발 상황이든 전면전 상황이든 전쟁이 터지면, 내가 마린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