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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 '굿 & 바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본 날은 꼭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 첫 키스를 한 날, 대학 입학식, 결혼 기념일 같은 것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처음 넥타이를 매어본 날, 처음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나온 날 같은 것도 꽤나 의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겠다. 오늘 내가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비록 객석은 텅 비었지만 그렇게 썰렁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죽음은 생의 마지막이지만, 누구에게나 처음 겪는 일이기도 하다. 죽은 자의 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 답게 등장인물의 복색과 미장센,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굉장히 절제되어 있다. 인생의 4대 이벤트 '탄생, 성년, 결혼, 죽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가 갖고 있는 엄숙함, 제례의 숙연함에서 나오는게.. 더보기
무서운, 보이지 않는 힘 성취와 노력의 함수관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이따금씩 나는, - 비교적 운 좋게 살아왔다고 감사해 하고 있지만 - 사람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고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소한 일상의 이어짐과 관계에서부터, 영화와 소설에 나오는 기구한 운명, 혹은 역사의 큰 줄기까지 그 힘은 그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덮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특히 최근의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를 바라보며 더욱 그렇다. 매일 아침 뉴스에서 나오는 갖가지 우울한 경기전망은 다행히 나에게 너무 반가운 일이다. 심지어 내 펀드 까먹는 것은 생각도 못한채 씨익 웃음이 나온다. 입사이래 계속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던 국제 철강 시장의.. 더보기
어정쩡한 인물 설정의 아쉬움 - '고고70' 아무 생각없이 빌렸다가 큰 몽둥이를 맞았던 '헤드윅'을 떠올릴 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파괴력은 느낄 수 없었다. '데블즈'가 한국 최고의 밴드로 떠오르는 과정과 지는 과정이 뭔가 억지스러운 느낌. '헤드윅'과 '고고70'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그 차이가 가져오는 감동의 수준은 확실히 달랐다. 앗싸리 조금 더 코믹하게 나갔다면 어땠을까? 타짜에서 폭발했던 조승우의 연기는 아싸리 건들건들하든지, 조금은 느끼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캐릭터가 주는 파괴력이 노래만 하지 못했던, 특히 주간서울의 기자가 조금 더 크게 보일 수 있었으면... 신민아가 뭔가 더 색깔을 지닌 여성일 수도 있었을 텐데. 더보기
광기와 낭만의 역사 - '모던 보이' 뭔가에 미친다(狂), 정신을 놓는다는 그다지 긍정적인 말은 아니다. 집중을 하여 다른 것들은 어느 하나 보이지 않는 극한의 정신상태, 그로 인해 어떠한 성취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취가 행복을 담보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는다. 독립을 위해 싸우는 인텔리 여성의 운동을 '광기'로 표현하는 것이 껄끄럽지만, '모던 보이'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광기를 발하는 두 남녀의 슬픈 이야기가 맞닿아 있다. 이해명(박해일)이 조난실(김혜수)에게 보이는 사랑은 충분히 광기(Crazy Love)라고 할 수 있다면, 그 사랑보다 더한 힘으로 자살폭탄을 터트리는 난실의 신념 역시 극한의 무엇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 부자가 되고 싶어서, 장례희망을 '일본인'이라고 써냈던 이해명은 조난실의 죽음으로 인해 결국 독립운.. 더보기
천사는 여기 머물다 - '전경린', 2007년 이상문학상 대상 29년 만에 찾아온 폭풍같은 사랑. 사랑이 너무 깊어 증오를 부르고 그 애증이 삶을 파괴하는 여자의 이야기. 사랑 없이 지낸 29년, 그 흔한 떨림이나 설레임 없이 지내다 그를 만난다. 세상이 허용하는 범위 밖에 있는 그에게 바치는 사랑. 그는 그녀의 사랑에 빠져 자신의 삶이 부서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녀에게 모든 삶을 걸지만 그녀가 그에게 바치는 사랑이 그 외의 남자에게도 향할까봐 끊임없이 의심하고 괴로워하고 억압한다. 세상에 그런 여자도 많고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와 함께 있다는 믿음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신뢰와 믿음에 바탕을 둘 겨를 없이 이루어진 사랑은 욕망에만 기대게 되고, 그 욕망이 삶을 파괴하는 걸 목도하는 그녀는 결국 그와의 사랑에 힘겨워하다 그에게 도망치고 만다. 결혼.. 더보기
놈놈놈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김지운 감독과 만나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무엇보다 칸영화제에서 서양 영화인들의 관심을 한눈에 받았던... 제 2차 세계대전은 그들에게서 익숙한 역사이겠지만, 공간적 배경이 동아시아 그 중에서도 태평양 쪽이 아닌 만주 지방이라는 점이 낯섦과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바로 우리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화면속에 펼쳐지는 나무하나 없는 평원과 만주의 분위기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영화 보고 나서 리뷰를 보니 좋은놈 - 정우성, 나쁜놈 - 이병헌, 이상한놈 - 송강호'분'으로 나타난 거 같은데, 내 생각에 셋 다 좋은놈이자 나쁜놈이며, 한편으로 이상한 놈 아닌가 싶다. 이병헌에게서만 '좋은놈'의 팩트가 거세되었을 뿐, 처음 시나리오를 읽어.. 더보기
지존설화 - '최민호'와 '박태환' MBC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 영웅들의 스토리를 담은 [지존설화] 를 보여주곤 한다. 금메달이든 은메달이든, 아니 메달을 따든 못 따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선수들의 땀방울과 노력은 값진 것이지만 어쨌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섰다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쉽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지존'이라고 부를 만하다. 어제 5연속 한판으로 대한민국 첫 금을 안겨 준 '최민호'와 대한민국 수영 역사상 첫 금메달을 거머쥔 '박태환'은 묘하게 대비되는 면모를 지닌 영웅들이다.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박태환'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안은 19세 얼짱 소년이다. 물론, 수영의 불모지 한국 땅에서 하늘이 내려준 신장과 소질을 가진 천재소년임에는 틀림 없지만 그의 훌륭한 외모 - 정말 연예인 빰칠 - 가.. 더보기
달콤한 나의 도시 1. 요즘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드라마에 빠져 있다. 예전에 한참 빠졌었던 '연애시대'와 비슷한 느낌. 그 때만큼 크레이지는 아니지만, 20대 후판, 30대 초반의 젊은 남녀가 고민할 법한 여러 이야기가 아주 솔직하게 펼쳐지고 있다. 일과 사랑, 가족의 문제가 일상의 소소함과 더불어 뒤엉키는데 나에게는, 일상의 변화가 드라마에서처럼 그다지 다이나믹하지 못하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고 할까? 휴가 내내 특별한 계획없이 보내는데, 타이밍 맞게 좋은 드라마가 다가오게 되었다. 2.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더 글이 써지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나 업무상 오가는 메일 정도가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더욱 자판을 치기가 버거워졌다. 처음엔 중국어 교육 때문에 그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