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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위태롭고 자유로운, 고정(固貞)으로의 일탈 - '개밥바라기 별'


'씨발...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사는거야'라는 본문의 내뱉음처럼,
나도 어린시절 '씨발... 남들처럼 똑같이 살 순 없는 거야'라고 되뇌이곤 하였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굴곡많은 영화 속 주인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인전에 나오는 영웅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매일 똑같은 학교와 집의 반복되는 일상 이상의
조금 더 어떤 방식으로든 남들과 다르게, 어쩌면 스케일 크게 살고 싶은 욕구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없는 총체적인 고뇌가 가장 감수성 짙은 학창시절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 무렵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읽었다.


이문열의 자전적인 소설 만큼이나 황석영의 젊은날이 담겨있는 '개밥바라기별'은
<유준>이라는 젊은이가 겪는 정신적 고뇌을 통해 성장의 도정을 담아내고 있다.

대학시절 존경하는 선생님은 '성장이라는 것은 사회적 악(惡)을 받아들이고 내면화시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김훈은 그의 여러 에세이에서 '원래 인간이라는 것은 제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세끼밥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
이라고 너무나 담담하게 적어나갔다. 나에게 있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위의 두 담언을 내면화시키고 나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나는 취직을 하고 하루의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 매일 출근 버스를 타고 있다.
그리고, 젊은 날의 어쩌면 허황되고 거대한 꿈들은 조금씩 버스길 위에다 흘리고 있을 것이다.
왜냐면, 유준의 고뇌와 방황을 이해는 하면서도 읽는 내내 왠지 안타깝고 위태위태한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제 나의 꿈은 소소한 가족의 행복과 일터에서 하루하루의 무사함으로 바뀌어가고
그렇게 어떻게든 인생이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겠지만

후일 나의 아들, 딸에게 <유준>이 했던 고뇌와 방황의 깊이는 반드시 보아 둘만 하다는 것을,
그러한 고민이 젊은날 반드시 세워야 하는 삶의 목표에 귀중한 재산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일러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