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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촉촉히




예전부터 생각은 해 놓고 있었는데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연고도 없는 거제도에서 뭔가 회사를 벗어난 관계도 만들고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어서
회사 내 장학 동호회에 가입했다. 일주일에 한번, 인근 성포중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게 된 것.
지난 주 화요일 첫 수업에 들어갔다.

취직을 하니까 '이제 과외를 안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다시 중학교 수학교과서를 보니까 가슴이 설랬다. 대기업 두곳을 끼고 있어 나름 번화하고 발전된 
거제 중심가와는 달리 성포중학교는 정말, 진짜 TV에서만 보던 시골학교의 모습 그대로였다.

교무실은 내 기억에, 대부분 1층 중앙문 바로 옆에 큰 교실 두개를 붙여 선생님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권위의 상징이어서
어릴적 교무실에 들어간다는 것은 뭔가 큰 숨을 들이쉬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교무실은 20개 남짓도 되지 않는 책상에
가운데 전기 히터가 있는 아늑한 느낌이었다. 교과서를 받고,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고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향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가슴이 뛰었다.

중3 우리 아이 4명은,,, 너무 산만했다.
내가 한마디를 하면 열마디를 하는 바람에 잔잔해질 때까지는 꼬박 10분이 걸린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알고 싶은 건지 끊임없이 재잘거리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런 쑥스러움 없음 때문에 애들의 파악이 되었다는 것.

가만히 입다물고 있는 것보다는 다행이었고, 또 애들이 너무 밝았고,
다행히 나를 반겨주는 눈치였다. 나름, 섬마을 선생님으로서의 첫발은 성공적인 듯.

원래 매주 화요일 저녁 수업이라 오늘 가야 하는데, 어떤 대리님이 자신의 목요일 영어 수업과
바꿔달라고 해서 바꾸게 되었다. 애들에게 '오늘 못가고 목요일에 간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애들이 '아쉬워요~ 선생님'이라며 이모티콘 가득한 문자를 우르르 보내는 것이었다.

자그마한 학교, 밝고 꾸밈없는 아이들 때문에 쇳가루 날리는 삭막한 조선소 생활에 활력이 든다.
월요일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일요일 저녁은 잠도 잘 오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젠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지겠다. 앗싸!


덤으로, 성포 중학교에 새로 부임한 여선생님 3분과 우리 총각 사원들끼리의
미팅도 추진중이라는 행복한 사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