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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끝나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무너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두산이 SK에 10대 1로 뒤진 6회의 상황에서 더이상 TV를 계속 볼 수가 없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냥 마구마구 이것저것 머리에 편편의 단어들이 떠오르고 있다. 1. 야구와 인생 스포츠가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야구와 마라톤만큼 인생과 자주 비유하는 것이 있을까. - 9회가 끝나기 전까지 무엇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과의 싸움이 아니라 기회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물리적인 가능성이 있다. - 경기 중간 중간 수많은 수싸움이 이루어진다. - 멘탈과 분위기가 평소의 육체적인 기능을 수없이 뛰어넘는다.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는, 2차전 연승으로 두산이 기세를 잡자 이걸로 끝.. 더보기
'미실에 홀리다' - <선덕여왕> 어제 겨우, 4시가 되어서야 12회로 끊고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에서 백제와 신라군의 전쟁 장면은 감히 MBC에서 넘볼 수 없었던 역사 전쟁 씬(scene)의 최고봉으로서, 에서 보여준 허접스러움을 벗어남은 물론 최고 수준의 비주얼로 보는 이를 압도함이 있다. 40회를 지나며 거의 60부작 수준으로 내닫고 있는 선덕여왕의 스케일에서 12편 밖에 보지 않는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은 확실히 스케일이나 디테일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근래 최고의 드라마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처럼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시청률과 완성도에서 짜임새를 갖춘 좋은 드라마가 지금까지는 대부분 미니시리즈였다고 볼 때, 이렇게 긴 호흡으로 사람의 애간장을 .. 더보기
이빨 황제의 어깨에 걸린 카메라 - '농담하는 카메라' 좀 제목이 천박한 듯한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언변이 좋은 - 특히 웃기는 쪽으로 - 사람에게 '이빨 좋다'는 표현을 쓴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으니 작가의 필력을 가장 머리에 쏙 박히게 표현하고 싶었다. 본인도 몇 페이지에선가 '똥'이란 단어를 쉬이 쓰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필요 이상의 엄숙주의에 대해서 이야기 한 바가 있으니 혹시 - 말 그대로 만의 하나 - 이 글을 본다 하더라도 "이빨"이라는 표현으로는 기분나빠 할 것 같지는 않다. 성석제의 소설과 에세이는 분위기와 소재 면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소설이 개별 주인공을 화자로 삼아 삶의 무게와 깊이에 조금 깊숙이 들어선다면 에세이는 살짝 더 가볍게 세상의 면면을 터치해 가고 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확실히 전자보다 후자의 글에 더 스스럼 없이 손이 .. 더보기
▶謹弔◀ 뜨는 해를 기야할 수 없이 지는 별 많은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민족화합과 민주주의의 선구자로 인식하고 있다. 즉, 민주화와 통일에 발판을 마련한 정치인으로서 故 김 전 대통령을 많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그 분이 펼쳤던 경제정책에 더 영향을 받은 세대이다. 99년 대학을 입학했을 무렵은 정말, IMF 체제 한 가운데에 있었던 시대였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비롯한 각종 경제 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DJ에게 진보적인 무언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나라의 알짜배기 자산과 경제근간을 외세에 팔아치운다고 비판했었고, 라는 용어가 유령처럼 떠돌아 다녔다. 하지만 IMF선고를 받은 3년 후 우리는 우리 스스로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일어섰다. 대기업들의 경쟁력과 체질은 .. 더보기
티격 태격 - '찬란한 유산' 이러쿵저러쿵 해도 정말, 47%의 시청율은 대단한 거다. 아무리 통속적인 소설을 쓰고, 대중 친화적인 영화를 작정하고 만든다고 해도 그래서 작품으로서의 충실도를 얼마간 상실함을 각오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은 정말 어려우니까. 이번 휴가 중간 중간의 여행에 짬짬히 맛만 보려고 했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 결국, 세벽 3시까지 잠을 이루게 하지 못하게 하다가 결국 휴가 마지막날에 마스터하게 만들어 버렸다. - 아마 '찬유'가 아니었다면 우리 뽀돌이를 끌고 여기 저기 더 많이 다녔을거다. - 사실, 내용 자체는 우연의 연속이고 결말도 권선징악의 전형이라 A급이라고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찬란한 유산'은 많은 사람들 TV앞에 모여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 더보기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마음을 붙잡는 것이란,,, - '아내가 결혼했다' 제목이 주는 도발적인 질문과 결혼 제도에 대한 왈과왈부를 떠나서, 아주 단순히 이 책을 본다면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나는 매력적인 여성 때문에 애 태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물론, 이런 뼈다귀 외에 많은 것들이 섞여 있지만, 우리의 상식을 말하는 덕훈이 있고, 그 상식은 현대(근대)가 낳은 산물일 뿐이라며 고대 인류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인아가 있다.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어쩔 수 없이 덕훈에게 감정이 이입되었고 자기 맘대로 사랑과 결혼을 해석하는 인아가 미웠다. 책을 읽는 내내 덕훈과 함께 계속 애태우게 되었다. 하나 생각할만한 점은, 우리가 발칙하다고 할 만한 이러한 상상이 사실은 남녀의 입장을 바꿔놓고 보며는 사실은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는 것이 우리의 남녀관계의 역사였.. 더보기
고립된 애정과 광기의 도정 - <마더> 는 모성을 주제로한 영화다,는 것보다 는 모성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보인다. 의 이야기를 모성에만 한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지체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물론 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지만 이 영화는 가족, 폭력, 성애, 공권력의 무능, 가난, 권력등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다루고 있다. 거장이라고 할 만한 감독들을 언급할 때, 최근 칸 때문인지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함께 많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경우 '죄악과 복수'라는 키워드가 너무 공고히 가는 나머지 어떤 틀에 갖혀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것을 감독이 작품세계를 구축해가면서 자기 색깔을 찾아간다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에서 나는 뭔가 새롭다든지 신선하다든지 하는 느낌.. 더보기
▶謹弔◀ 슬픔 아,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서거 소식에 놀랍기도 했지만, 자신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주위 사람들을 위해 목숨까지 버린 그 신념에 역시 놀라기도 하였다. 사실 그의 인생이 죽 그렇게 흘러왔기도 했지만. ------------------------------------------------------------------------------- 2002년 대선당시 나는 군대에 있었다. 세상사 모든 것에, 심지어 스스로에게 무기력해진 지금의 나와 달리 대학 새내기에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1999년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국민 일반의 의식이 훨씬 보수적이었고 닫혀있었다. 새내기의 나는 뭔가 더 좋게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