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부러져버린 칼이 되어버린 詩 - 이문열 '시인과 도둑' 이문열이 똑똑하고, 치열한 고민과 반성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자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고 본다. 그의 보수적인 성향이나 이념편향은 수없이 많은 개인적 체험과 정치적 체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생각은 호불호를 떠나 쉽게 부정하지 못하는 강인함이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같이 그는 현실정치와 체계, 이념을 일상적인 것, 혹은 비유할 수 있는 상황에 대입시켜 풀어나가는 방식을 즐겨 쓴다. '시인과 도둑'은 억압된 환경의 교실에서 파시즘과 그에 대항하는 민주주의의 국면을 그려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아주 매끄럽지는 않다. 하지만 사회변혁과 그의 도구로서의 예술의 관계를 '시인'과 '산채주인 - 혁명가'를 두고 꽤 나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같은 변혁의 이름으로서, 작가는 .. 더보기
4부작 드라마의 오빠 '이선균' - '도망자 이두용' MBC에서 했던 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선균'이란 이름이 낮설지 않을 겁니다. 약간 건들건들하고 느끼한 편이긴 한데, 연기도 나름 매끄럽습니다. 이 사람이 일부러 4부작 드라마에만 나오는 건지 - 완성도가 높으니까 - 아님 4부작 드라마 전용 캐릭인지 - 주몽 '여미흘'이 끝나고 아침드라마로 돌아간 그녀처럼 - 잘 모르겠지만, 참 괜찮은 배우 같아요. 원래 뮤지컬 배우라네요! 4부작 드라마가 새로운 시도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시청율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저같은 폐인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 사전제작이라 완성도가 높은 편입니다. 도 아주 재밌습니다. 스릴러 범죄물은 잘 만들면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중독성이 강한 것 같아요. 이따금씩 한국 범죄 영화, 드라마는 허술하게 보일 때.. 더보기
邊競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의 여행 - '하루키의 여행법' 예전에 어떤 친구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김훈의 여행기는 여행기가 아니야. 여행 에세이지. 유홍준교수의 여행기는 읽으면 그 여행기를 따라 가고 싶게 하지만 김훈의 글을 읽으면 그런 마음 따위보단, 그냥 그가 여행지에서 느낀 그 감성과 문장 속에 빨려가게 된다구. 여행지에 대한 기대와 흥분, 혹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여행기 아니겠어?" 시리즈를 제대로 읽지 않아 유홍준 교수가 어떻게 여행기를 쓰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을 읽으면서는 그 친구 말에 대강 공감할 수 있었다. 김훈은 여행지에서 보는 사물, 풍경에 주관성이 너무 짙어 독자를 빨려들게 한다. 매력적인 문장과 함께. 대부분의 명문장가가 그렇듯이 김훈의 문장은 한 줄도 허투루 쓰는 말이 없다. 한줄 한줄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 더보기
변하지 않는 기억 - '집으로 가는 길' 매일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빠르게 변화는 시대에 맞게 우리 스스로를 바꾸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말이겠죠. 그러나 때로 우리들은 변하지 않는 고귀한 무언가를 소중하고 귀히 여기기도 합니다. 수천년이 지난 얘기지만 성경이나 불경, 코란 등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데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진리가 담겨있기 때문일 겁니다.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예능인,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도 묵묵히 우리 땅을 일구는 농업인들이 과연 변화와 생존에 무듸기 때문에 그러한 일을 지켜가는 걸까요? 오랜 세월과 경험을 통해 자신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는 물질적인 가치를 뛰어넘는 믿음입니다. 히로스에 료코가 나온 .. 더보기
생활의 발견 1. 회사 교육 중에서 '김덕수'씨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그의 강연은, 요약컨데 이런 거였다. - 우리의 '악(樂)'이 일상에 젖어 있지 못하다. - 우리의 '악(樂)'은 세계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모두 옳은 말이었으나, 그가 생각한 대안이랄까? 앞으로 사물놀이가 가는 방향에 대해선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강연 끝무렵에 재즈 피아노와 접목된 사물놀이 음반을 들려주면서, 이것이 우리가 세계적인 감성과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겠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사물놀이를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그 소리가 조금 어색하게 들렸다. 비록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어떤 리듬과 가락에서 그.. 더보기
매일, 피식 수줍게 웃는다 위의 만화처럼 정말 애틋한 것은 아니고, 사랑에 실패하고 요즘 생활이 그렇다는 거다. 혹 짐작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다. 혹자는 취업준비생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혹은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한다. 내 하루 일과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렇다. 아침 7시 30분 기상. 간단한 아침과 샤워. 학교 도서관으로 직행.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등교 & 체크인. 죽~ 계속 도서관 안 혹은 밖에서 뭔가를 함. 저녁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귀가. 10시부터 11시까지 TV보며 헬스. 11시부터 12시까지 샤워, 컴터, TV시청. 12시에 시작하는 재즈를 전문적으로 틀어주는 라디오를 들으며 취침. - 재즈도 요즘 공부하는 마음으로 듣고 있다, 으윽. 그리고 다시 .. 더보기
잡담이죠 1.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예전엔 꽤 자전거를 즐겨 탔는데, 어떤 십할 노미 시기가 자전거 허리를 잘라먹고 튄 바람에 자전거를 끊었다. 사실 그날 진짜 충격이었다. 허리 잘려 죽은 사람을 본 것 같은 충격! 왜 가져가려면 다 가져가지 그렇게 허리만 잘라갔을까?? 그렇게 가져가도 돈이 된다고 한다. 라디오를 들으며 꽤 오랜시간 탔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 한 35분 쯤 남았을까? 슬슬 돌아가는 길이 지겨워질 쯤 어떤 여자분이 나를 추월했다. 그냥 추월이면 괜찮은데, 우연찮게 그녀의 얼굴을 봐 버렸다. 미셸 위 닮았다. 추월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바이커지만, 괜히 그녀의 뒤를 따라 자전거를 탔다. 고백하건데, 난 습관이 있다. 지하철 우리집 역 왼편에 A여대가 있고 오른편에 B여대가 있으며, 우리.. 더보기
경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선생 1. 어제 오에 겐자부로 선생님 강연회가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강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서성인 사람만 대략 100명 가량 됐을 듯. 우리나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일본인들이나 재일교포들도 많은 것 같았다. 선생님은 무엇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라든지,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을 비판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 온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은 그저 명성에 기대 별 생각없이 온 것 같기도 했다. 인간과 사회, 문학과 역사, 인문주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크게 흥미있지 않은 강연이었으리라... 나도 선생님의 말씀을 통역없이 전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강연에 계속 집중하지는 못했다. 2. 선생님께서는 많은 열려있는 진보적 지식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