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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있고 신은 없다 - '친절한 금자씨' 시작하는 부분부터 느낄 수 있듯이 전작 올드보이보다 종교적인 색깔이 더 짙었다. 구원과 복수, 가장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가지가 '교묘히' 섞여 있었다. 사람 살이의 대부분에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명제에 유일하게 들어맞지 않은 것이 '아이들'이며, 백선생은 지속적으로 아이들 가지고 장난치는 '절대 악'이다. 금자는 전반부엔 마치 메트리스의 네오처럼 완벽하게 복수를 준비하는 존재로 자신안에 교차하는 '선'과 '악'조차 이용할 줄 아는 영웅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녀는 영웅일지 몰라도 네오 같은 신은 아니었다. 모성을 나타내는 부분 부분에서, 그리고 복수가 끝나면서 인간성을 드러내는 한없이 약한 존재로 묘사됐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친절한 금자씨'의 미장센은 화려하다. 색감이 화려하다는 게 아니라 원색과 .. 더보기
부딪히고 엇갈리는... - 'Crash' 꽤 전이었던가? 친구랑 맥주 마시며 이런 저런 잡담하다가, 뜬금없이 '왜 미국이 강대국일까?'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친구는 지하자원도 많고 시스템도 훌륭해서라도 대답했고, 나는 조지 부시같은 싸이코도 있지만 노엄 촘스키같은 사람들이 있어 자기 정화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또 한 친구는 이민국이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며 이루어진 문화 다양성이 미국의 풍부함을 가져다 준다고 보았다. 특히 나는 마지막 친구가 한 말이 상당히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작년, 한 학기가량 호주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어머님 친구분이 호주 멜번에 사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분은 영국분과 가정을 꾸리고 사시면서 한국 교민분들과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는 활.. 더보기
茶山의 賢과 明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 示二子家誡 - 두 아들에게 내려주는 교훈 저녁 무렵에 숲 속을 거닐다가 우연히 어떤 어린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울어대며 참새처럼 수없이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 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긋 비참하고 절박했다. 어린애는 잠깐 사이에 목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서 밤 한 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기 때문이었다. 아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게 된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다 밤 한 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을 것이다. 2. 又示二子家誡 - 두 아들에게 또.. 더보기
사랑의 기원 - 'Hedwig and the angry inch' 동독에서는 미군방송에 흘러나오는 락엔롤 음악을 들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에서는 거친 유럽식 억양을 가진 동베를린 출신 떨거지로 삼류 클럽을 전전하는...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 1인치의 성기가 남은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해 주지 않는 사랑이라 믿는 사람의 이해와 용서를 받을 수 없었던 사랑이라 불리우는 것들을 더는 신뢰하지 않는, 이방인 Hedwig이 부르는 슬픈 '사랑의 기원' 여기 짧은 동영상을 퍼왔지만, 뮤지컬 형식의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안에서 느낀다면 몇 배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듯... 때로 별 생각 없이 고른 영화에서 보석같은 감동을 얻어가곤 한다. (미디어몹 : 2006/06/01) 더보기
그런 거드라고... - 'Chicago' 1.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 뒹굴려고 맘먹은 오후, 를 빌리려 DVD대여점에 갔다. 영화 볼 때 집중 못하게 옆에서 뭐라하시고, 주말에 재방송하는 드라마 봐야 한다고 성화신 어머니 때문에 나는 집에서 영화 볼 땐 대부분 DVD를 빌려서 컴퓨터로 혼자 본다. 비디오 테잎으로 보려면 거실에서 봐야 한다. 도 그렇고, 오늘 컨셉으로 잡은 ‘가벼운 로멘틱 코메디’가 대부분 비디오 테잎으로만 있고 DVD로는 없었다. 으윽, ‘오늘의 컨셉’보다 ‘영화관람 상태’가 훨씬 중요했던 나는 그냥 계속 DVD코너에서 목록을 고르고 있었는데 가 눈에 들어왔다. 어렴풋이 괜찮은 영화라고 들은 기억이 떠올라 냉큼 가져왔다. 로멘틱 코미디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좋지 않은 습관 같지만, 난 영화를 고를 때, 혹은 보기 전 포털 .. 더보기
'Brokeback Mountain' 사람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다고 한다. 부모님들은 중고등학교 자녀들에게 공부하도록 계속 조르면서도,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물론 ‘좋은’ 친구란, 굉장히 주관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표현이다. 그 주관성엔 부모들 각자의 세계관과 교우관이 담겨져 있지만, 공통적으로 ‘성실하고 공부 잘하는’ 보편성은 띄게 마련이다. 어떻든 간에, 반이 바뀌고 매년 3월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한다는 기쁨과 스트레스가 교차할 무렵, 대부분은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 맞는 친구를 찾아간다. 남자들의 경우 우르르 몰려다니는 그룹이 되기 쉽지만, 그래도 왠지 ‘베스트 프랜’은 항상 짝수였다. 운동하면서 뒹굴고 만나면 욕부터 하는 사이지만 대강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더보기
'눈부신 하루' 영화 홍보할 땐,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어쩌구 저쩌구~ 했던 것 같은데, 사실상 한일관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은 '보물섬' 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젊은 이들이 하루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공통의 끈을 세 작품 모두 이어매고 있을 뿐이다. '엄마찾아 삼만리'는 정말 인상깊었다. 내용도 뛰어났지만, 초반 종환과 영수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 노을진 아파트 공원에서 깡통차며 노는 장면에서 도시의 고독과 냉혹함과 반대편에 서 있는 이미지를 너무나 멋지게 그려낸 것 같다. 노트북 사기로 돈을 모은 서울 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시부야의 거리 속으로 들어갈 때, 뭔가 애리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차이는 '어머니'지만, 여전히 종환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다. '공항남녀'는, .. 더보기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 '칼의 노래' 수능 끝나고 한창 놀던 때, 스타크래프트에 빠졌다. 주로 테란으로 했는데, 지금은 아주 인기있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테란은 최악이었음. 기본 전투 유닛이 마린이었는데 아무리 싸다고 해도 질럿과는 쨉도 안되고 한번에 두마리씩 나오는 저글링에게도 상대가 안됐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테란을 고수하며 게임하고 있는데, 언젠가 마린 하나를 클릭해서 정찰보내고 나서 살짝 '내가 저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마린이라면 어떤 느낌일까'고 생각해보았다. 물론 이내 지워버렸지만. 2~3년 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도 생겼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시민'이 한 순간 '병력'이 되버린 순간. 훈련이라는게 '지시대로 움직이는 연습'의 반복이므로 언젠가 국지도발 상황이든 전면전 상황이든 전쟁이 터지면, 내가 마린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