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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여인'을 봤 습 죠! (spoiler) 누군가 자신의 치부를 들춰내 보이고, '넌 이렇잖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좋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느냐는 개별 인간의 태도와 상황의 차이겠지만. 현명한 방법은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구렁이 담 넘듯이 타넘어가고 나중에 자신의 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보는방법(받아들일 경우), 역시 유머있게 상대방의 말을 받아 비틀어버리든가(공격하고 싶은 경우)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홍상수 감독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대부분 수컷)들은 모두 진실하지 않은 방법으로 어설픈 행위를 통해 적대감을 표현한다. 홍상수 영화의 탁월함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던 대로,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보았을 법한 추한 마음과 행위를 보는 사람.. 더보기
사랑은 가능할까 불가능할까를... - '墮落天使' 네이버의 홍성진이라는 사람은 이 영화를 '사랑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끊임없이 묻는 영화'라고 했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4명의 인물, '중경삼림'의 반대편에 있는 세번째 에피소드다. 화면은 훨씬 감각적이고 정교해졌다. 여명의 아파트 밖으로 지나가는 차들, 금성무와 막문위가 함께 앉아있는 찻집의 모습은 영화에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멋졌는데... 난 여명과 금성무가 '결여'를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부적합한 인물 같았다. 연기도 썩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게 못내 아쉬웠다. 물론 중경삼림에서 사랑에 실패한 준수한 경찰청년으로서 금성무, 엘리트 느낌이 강한 여명의 이미지가 주된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 뛰어난 화면은 '중경삼림'보다 낫지만 감정의 선을 따라가는 세심함은 그에 미치지 .. 더보기
아직! '해변의 여인'을 본 건 아니에요 오! 수정부터 시작 왜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었을까? 대학 1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홍상수가 누군지는 당연히 모를 때였다. 지금보다 훨씬 감각적인 영화를 추종할 때였으니... 정보석과 이은주가 나온 그냥 그런 영화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두 사람의 기억이 엇갈리는, 우리들이 항상 접하지만 알고 있지 못하는 사실을 절묘하게 엮어주는 재주가 그 당시 어리하던 내가 보기에도 탁월했던 것 같다. 그냥 그 영화는 그렇게 흘러갔다. 캠퍼스 선후배들과 영화, 소설 이야기 등을 할 때 주위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주워들으며 '오! 수정'을 만든 감독이 꽤 유명한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그 다음 영화가 아마 생활의 발견이었던 듯 싶다. 음... 여러 가지 장치를 교묘히 뒤섞는, 소설같은 그 영화 스타일이 .. 더보기
좌파 민족주의라 불리는 경제학자 두 명 -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종태씨가 정리한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교수의 대담. 각 장을 요약해 놓은 부분부터 봅시다. '오늘날 이른바 경제 개혁을 추진한 결과 어처구니없게도 한국의 경제 종속은 더 심화되고 말았다. 그 원인은 신자유주의적 구조를 맹목적으로 도입한 데에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는 금융 자본을 위한 시스템으로 저성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열망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인 것이다. 과거의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불가피하다 내지는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하는데, 그런 구장은 별로 근거가 없다. IMF 사태 직전 몇 년 동안의 과잉 투자는 우리나라 경제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자유화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질적 수준을 높여 분다는 보장은 어디.. 더보기
국부에 관한 고찰 - 애덤 스미스 자유 경쟁과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입이 마르도록 원용되는 국부론. '교과서를 죽인 책들'에서 그가 광포하고 냉혹한 경쟁의 원리만 강조한 사나이는 아니라는 점을 발견했다. 그가 자유 교역과 분업의 중요성, 국가 개입의 최대한 배제를 주장했던 것은 그가 살았던 시대적 환경을 기반한 것이다. 국민의 복리를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국부는 왕족과 귀족의 사치품 구입에 소진되었다. 자본주의적 착취가 심화되며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는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했던 애덤 스미스. 노예 노동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그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고 시장주의자들의 왜곡에 의해 은근한 악감정을 가졌던 내가 후회스러웠다. 마치 애덤 스미스와 맑스가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알고 있었던 .. 더보기
거리에서 링에서 - '주먹이 운다' 흥미진진하면서 잔잔한, 그리고 잔혹한 영화. 마지막 두 사나이의 결투에 어느 쪽 편을 들어야 할지 갈등하면서 봤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어 보이는 밑바닥 인생, 두 남자의 피만큼이나 진한 감동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영화. (미디어몹 : 2006/07/03) 태그+ 리플 2개 | 트랙백 0개 목록 | 글쓰기 | 수정 | 삭제 | 이동 | 포스트 주소 하늬 2006-07-03 18:42 추천 0 | 리플 1 | 삭제 음악도 좋고.. 류승범 연기가 정말 많이 발전한 게 보인 영화였죠. 음유시인 2006-07-03 18:50 추천 0 | 삭제 그러게요~ 류승범 화장실에서 빵먹으면서 편지보는거 완전 감동~ 더보기
오호 재즈라~ - '스윙걸즈' 같은 동양의 한자 문화권에 있는 나라이면서도 정서가 꽤 틀린지 일본 영화를 보면 ‘아다리’가 안 맞을 때가 있습니다. 아주 슬픈 영화라는데 별로 슬프지 않는다던지, 아주 웃기는 영화라고 하며 흥행에도 꽤 성공했는데도 한국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도 많지요. 저는 일본 영화를 보면 뭔가 과잉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오버가 심하다는 얘기죠. 코미디 영화는 웃겨야 합니다. 영화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든, 영화가 그저 시간 때우기면서 데이트 코스를 잡기에 만만한 하나의 도구인 사람이든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다면 그들이 원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웃음입니다. 예술성이나 작품성이라든지, 뭔가 생각할 꺼리도 주면 좋겠지만, 일단 웃기지 않으면 말짱 황입니다. ‘스윙 걸즈’는 재밌습니다. 계속 폭소를 터트리.. 더보기
오호, 단편이라... - '강산무진' 나는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을 훨씬 좋아한다. 점점 나이 들면서 장편 소설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사라진 까닭도 있지만, 점점 급해지는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내력이 부족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스피드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점점 좋아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김훈의 단편이 엮여있는 책이라 마냥 좋았다. 친구 모씨는 이번 '강산무진'을 보고 이제 김훈이 소설가 티가 난다고 했는데, 그럴 듯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김훈의 문장에 특히 매력을 느끼지만 뭔가 대중적인 냄새는 맡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작품 몇 몇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Yes24에 들어가 서평을 보니 어떤 사람은 내가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들을 보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했는데, 별 상관치 않겠다. 그러나 김훈이 주는 문장의 마력이나 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