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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아직! '해변의 여인'을 본 건 아니에요






오! 수정부터 시작


왜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었을까? 대학 1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홍상수가 누군지는 당연히 모를 때였다.  지금보다 훨씬 감각적인 영화를 추종할 때였으니... 정보석과 이은주가 나온 그냥 그런 영화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두 사람의 기억이 엇갈리는, 우리들이 항상 접하지만 알고 있지 못하는 사실을 절묘하게 엮어주는 재주가 그 당시 어리하던 내가 보기에도 탁월했던 것 같다. 그냥 그 영화는 그렇게 흘러갔다.

캠퍼스 선후배들과 영화, 소설 이야기 등을 할 때 주위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주워들으며 '오! 수정'을 만든 감독이 꽤 유명한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그 다음 영화가 아마 생활의 발견이었던 듯 싶다. 음... 여러 가지 장치를 교묘히 뒤섞는, 소설같은 그 영화 스타일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거쳐 '극장전'까지 봤다.

그러나 의문이 하나 들었다. '왜 이 사람은 대학 시간강사, 영화계 사람(혹은 방송관련 사람)등 한정된 영역에 있는 사람을 주로 다룰까?'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는 참 좋은 거 같은데 그나물의 그밥에 있는 사람들만 다루는게 왠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다가 그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지속적으로 그의 영화를 지켜보는 팬이지만, 아직까지는 '돼기가~'보다 더 좋은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영화의 탁월함과 더불어 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뒤엉켜 있는게 좋았다. 그러나 그의 데뷔작 이후 항상 그의 포커스는 룸펜 지식인들에게만 맞춰져있었다. 물리적으로 호불호(好不好)를 가리기는 힘들지만, 내가 김훈만큼은 홍상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좀 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지 못하는가!



해변의 여인

많은 사람들이 고현정이 나온 영화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기도 하겠지만, 역시 홍상수 영화는 감독이 작품에 차지하는 포스(force)가 너무 강하다. 영화 평을 봐도 감독의 이름을 배제하고 쓴 글은 거의 없다.

- '씨네 21'등에서 다른 영화평과 비교해보면 그 강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홍상수영화는 작품 자체만 뚝 때네어 평가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건 개별 작품으로서는 아주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여러 매체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기획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대학 시간강사나, 영화감독이나 소설가나 그런 사람들 얘기를 또 하면 이번엔 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또 그래버렸다. 흑...

아까 동아일보에서 '해변의 여인'에 대한 기사를 봤다. 지금까지 작품이 '섹스 전'에 관심을 두었다면 이번엔 '섹스 후'의 이야기가 주(主)라고 한다. 아마 이번에도 역시 이렇게 투덜대며 극장에 가겠지만 다음엔 제발! 조금 다른 사람들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말 : 위의 얘기와 전혀 상관없음

이제 다음 주부터 대학생활 마지막 학기와 함께 대기업 공채가 시작됩니다. '밥벌이의 지겨움'으로 빠지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하는 거죠. 그 여정이 얼마나될지, 물론 빨리 끝나고 생업에 뛰어드는게 가장 좋겠지만, 열심히 한번 해보겠습니다!

'말리'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미디어몹 : 2006/09/01)


  1. 하늬 blog 2006-09-02 00:10

    좋은 결과 있으시길!

    참고로. 저는 해변의 여인 보았습니다. 음음. 그래도 시간보다는 나아요.

    1. 음유시인 blog 2006-09-02 17:17

      오호~ 그렇군요!! 저도 어쨌든 빨리 봐야겠습니다~ ^.^

  2. 말리 blog 2006-09-04 10:57

    격려!! 격려!!!
    한눈 팔지 말고 취업 전선에 매진하세욧!!!!
    저도 해변의 여인 봤지용

    1. 음유시인 blog 2006-09-04 18:45

      홋~ 어떻게 하면 한눈 팔 수 있지요? ㅋㅋ

    2. 말리 blog 2006-09-05 10:42

      스포일러!!! (예고편에 있지만)
      여자는 같이 자지 않은 이상 애인이 아니라고 하고
      남자는 뽀뽀는 했으니까 애인이라고 우기죠.
      긍까 뽀뽀는 효력이 있는겨 없는겨? ==33=3333

    3. 음유시인 blog 2006-09-06 07:06

      오호~ 보통 남자들이 섹스에 큰 의미를 두고 여자들이 키스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들 하던데... 말리님의 요 말을 들어보니 쫌 반대로 비틀어 버린 것 같네요~ 흑,
      스포일러군!! anyway, 뽀뽀는 경험을 떠올려 보면, 효과가 있는 듯 합니다. 여자도 내심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아~~ 언능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