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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재평가 난 신문 읽는 걸 참 좋아한다. 사람들의 취향이 점점 빠르고 새로운 것을 찾아갈수록 나는 왠지 올드 미디어의 향기가 더 좋아진다. 대부분의 정보를 나는 신문, 라디오, 잡지에서 얻는다. 가끔 경제면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비지니스의 세계는 - 잘 모르지만 - 예술이나 대중문화처럼, 혹은 그 못지 않게 유행을 타는 것 같다. 특히 잘 나가는 기업인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대부분 모두 비슷비슷한 말들을 하곤 한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인재를 원한다든지, 혁신 없이는 도태된다는지, 창조적 열정이 중요하다, 등등의 말들. 난 이 말들이 다 우리나라 학자나 경제인들이 만들어낸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대부분 영미권에서 쓰는 말을 가져온 것이었다. 요즘 필요에 의해서 반, 흥미 반으로 경영 서적을 많이 읽고.. 더보기
리더... 라 군대에 있을 때 일이다. 9월달에 입대한 나는, 풀린 군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 위로 9달 고참이 있고, 그 고참 위로 5달 고참 둘이 있고, 그 고참의 3달 더 고참있고 그리고 내 사수가 있었다. 아참, 난 여단 본부 인사처에서 근무했는데 전부 5명이 근무하는 곳이었다. 내 사수와 내 14달 고참이 대락 5달 정도 차이나고 17달 고참은 이미 분대장이었으니 - 아 복잡하다, 하여간 내가 자대갔을 때 한명빼고 다 병장이었다. - 대략 일병 달고 얼마 지나지 않나 이미 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치에 서게 되는 몸이었다. 많은 사람이 나보고 땡잡은 놈이라고 했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내 밑으로 줄줄이 후임병들이 들어온다는 얘기도 된다. Anyway, 시간을 흘러 두 달만.. 더보기
속 물 나는 '잘 나가는 친구에 대해 너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꼴불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은 우리 주위에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내 친구는 OO대 나와서 지금 어디 OO에 일하고, 또 고등학교 동기놈은 OO대 OO과 나와서 행시 패스해 얼마 후 연수원 들어간다' 등등의 얘기를 쉴새 없이 늘어놓는 사람 말이다. 얘기하다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그런 부연 설명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잘 나간다는 사람이 주위에 많다'는 일종의 자랑이 습관이된 경우가 많다. 그런게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나도 점점 이런 식의 묘사에 익숙해져간다는 거다. 친구가 '야, 역시 공무원, 교사가 대세야 대세'라고 말하면, 내가 '야야, 얼마 전에 OO에.. 더보기
사랑이 뭘까... - '연애시대' '종말을 맞이한 사람들(장래희망이 없어진 '어른들')의 유일한 희망인 사랑, 그 사랑의 또 다른 특별함' - 원작자 노자와 히사시가 '연애시대'를 쓰며 적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사랑이 뭘까요'라고 사랑, 그 비슷한 거에 빠진 사람들이 물어보는 말입니다.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무엇 때문이든 망설이고 주저할 때, 이런 말이 무의미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내뱉는 저 한마디. 한편 한편을 볼 때마다 머리와 눈과 귀와 가슴이 함께 멎어버리는 대단한 드라마입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에서 를 "진부하고 정형화된 캐릭터를 배제했고, 일상적 감정에 대한 섬세한 표현력이 뛰어났으며, 출연배우들의 빼어난 캐릭터 소화력이 돋보였고, 연출기법이 탁월해 높은 완.. 더보기
미치도록 아름다운 젊음 - '태릉선수촌' 홍콩 여행 후 아주 한가한 일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드라마. 찌질했던 '주몽'도 스피드 있게 진행되고 있고, '황진이'는 원래 흥미진진했지요. 예전 '태릉선수촌'을 얼핏 보다가 지나쳤는데, 생각나서 다시 다운받아 보고 있습니다. '모래시개'와 '네 멋대로 해라'를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로 생각했는데, 단편 드라마로서는 아마 '태릉 선수촌'이 아닐까 싶네요. 마치 슬램덩크를 봤을 때와 같은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우리집이 이 근처라 더욱 애착이 가기도... ^.^ (미디어몹 : 2006/12/19) 태그+ MBCx, 태릉선수촌x, 드라마x 리플 4 개 | 트랙백 0 개 글쓰기 | 수정 | 삭제 | 이동 | 포스트 주소 lapis 2006-12-20 17:19 추천 0 | 리플.. 더보기
개구쟁이 문학소년의 추억 -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손끝의 힘으로 밀어쓰는 소설가가 김훈이라면, 입술의 파워로 흐르듯 쓰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성석제다. 새내기 시절 환영회같은 술자리에서 수줍게 앉아 있으면 처음엔 조용하다가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천천히 좌중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입심으로 술잔조차 입에 댈 시간도 없이 웃게 만드는 선배. 그런 선배와 함께 있는 느낌이랄까? 소설책을 읽기 전에 그의 산문집 몇 편을 읽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소설은 결코 자신의 얘기가 아니며, 다른 어떤 경험을 받아들이고 버무리고 얽고 섥어 만들어 내 놓은 창작물이다. 그러나 작가 개인의 성향을 전혀 배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도 크게 두 가지 색깔의, 분위기의 작품으로 나뉘어진다. 유년시절 작가의 경험과도 맞물리는 듯하다. 가난한 집.. 더보기
내가 마법을 걸었어요, 새끼 손가락 피게 - '번지 점프를 하다' 영원한 사랑이 있'을'거라고 믿는 사람, 그들이 순진하든 어리하든 간에 그래도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을 수록 좋지 않겠냐고, 사람이란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 혹은 나일 수도 있고 - 의 믿음을 순식간에 '역시 그렇진 않아'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리얼리즘의 극치를 나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통해 느꼈다. 내 사랑관의 터닝 포인트. 영원한 사랑을 막연하게 믿지 않았던 한 남자가 무엇에 홀린듯이 빠져든 사랑을 안타깝게 그린 영화였다. 굳이 비교하고 싶진 않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떠올렸다. 동성애에 대한 얘기는 접어서 살짝 뒤로 두자. 난 이 영화가 동성애의 관점으로 읽힐 종류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단 .. 더보기
어쩔수 없는 사랑이야기 - '東邪西毒' 훗날 나를 서독이라 부를 것이다....... 남들이 나보고 뭐라고 하든 그들이 나보다 즐거운게 싫다. 사람들은 좌절하면 자기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모용언과 모용연은 두개의 모습을 지닌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의 정체는 상처받은 사람인 것이다. 검이 빠르면 피가 솟을때 바람소리처럼 듣기 좋다던데. 내 피로 그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거절당하기 싫으면 먼저 거절하는게 최선이다.. 전엔 사랑이란 말을 중시해서 말로 해야만 영원한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하든 안하든 차이가 없어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요. 당신이 그 여자를 사랑한다기에 죽이려고 했지만 관뒀어요.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