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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隣の トトロ' '무언가', '어떤 것'을 표현할 때 저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영화와 달리 연극에는 적당한 과장이 필요하다. 발성해서 내는 대사라든지, 약간 성큼성큼 걷는 느낌이라든지... 그래야 필름에 담지 않고 직접 보여주는 무대에서 관객의 눈에 동작이 크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마 실사영화와 에니메이션의 차이도 이렇지 않을까? 헐리우드와 일본 에니메는 또 다르지만... '토토로'를 보면서도 그런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비오는 날 무언가를 업어야 할 때 우산을 손을 둘 수 없어 어깨에 걸친다. 아마 실사영화였다면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우산이 몸에 툭 떨어지는 그런 질감을 표현하기 힘들었을텐데, 사츠키가 메이를 업을 때 목과 어깨 사이로 우산이 떨어지는 모습과 음향효과가 딱 맞아 떨어져 동생을 보살피는 언.. 더보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바라고자 하는 바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세계관이란 건데, 이를테면 인간을 욕망에 가득 찬 존재로 보는 사람은 세상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파악한다. 또 어떤 사람은 협동, 박애에 기반한 공동체적 연대성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질 지상주의의 가치관이 팽배한 사회에서 나름대로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마 그러할 것이다. '렉서스'는 글로벌 자본주의하에서 완전 자동화된 생산 시스템으로 제작, 판매, 유통되는 토요타 자동차의 고급 브랜드다. 세계화 체제에서 번영을 추구하고자 경제체제를 합리화하고 효율화하는 모든 것을 상징한다. '올리브나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비롯된 상징으로 자신의 뿌리라고 믿고 있는 가치관을 지칭한다. 올리브나무는 우리가 하는 .. 더보기
봄날은 간다 내가 어떻게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을까? 영화 보는 내내 추억과 죄책감과 자책 때문에 온 몸을 떨었다. 난 이정도 괴로운 걸로 충분하지 않아. (미디어몹 : 2006/02/06) 더보기
大 英 博 物 館 마지막 날, 지갑을 잃어버린 재수없는 곳이긴 하지만 대영박물관은 일생에 한번 꼭 둘러볼 만한 환상적인 곳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젊은 시절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세계를 받아들인 곳이자, 칼 맑스가 자본론을 집필한 곳으로도 유명한 이 곳은 건물 외관 및 입구부터 관람객을 압도하며 구석구석에 전통과 권위의 향기가 묻어있다. 미이라등 고대 이집트의 유물과 이슬람 유적, 인류 4대 문명의 기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도 대영박물관은 과거의 권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인류사적 가치있는 것들을 발굴하고 검증하고 연구하는, 사학과 인류학의 중심에 서 있다. 초창기 영국의 세계 지배를 통해 제 3세계에서 약탈하고 빼앗은 물건을 가져다 놓은 원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영박물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보기
찰나, 운명 등등 그나마 한 숨 돌린 지금에서 이 사건을 돌이켜 보면, '사람일은 참 알 수가 없다'고 깨닫게 된다. 이건 어떻게 보면 큰 일이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기도 한데, 그 경계를 가르는 건 아주 순간의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아침 대략 80파운드 정도가 남았다. 50파운드를 배낭에 넣을까 지갑에 넣을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마지막 날이니 지갑에 넣자'고 해서 결국 지갑에 넣었다. 지나가다 예쁜 기념품이나 자그마한 선물거리라도 있었으면 사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 돈을 배낭에 넣었다면 한국인 순수녀에게 돈을 빌리지 않았을 것이고 15파운드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 헤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지갑을 슬쩍 했을 소매치기는 빈 지갑을 보고 짜증내며 쓰레기 통에 쳐박았을 것이다. 또 만일.. 더보기
사건 사고 소식 내가 '이제 여행에 모험의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더니, 하늘의 계신 누군가가 심술을 부린 모양이다. 지금까지 어떤 여행보다 가장 짜릿한 경험을 했으니 말이다. - 조금은 긴 이야기 - Oxford에서 런던에 도착해 짐 보관소에다가 배낭을 맡기고 런던을 조금 더 둘러보려고 Victoria역을 나섰다. 한국 음식을 못 먹어본지 4일째, 첫날 같던 차이나 타운의 한국 음식점에서 설렁탕으로 끼니를 때우고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를 구입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다리가 아파 카페에 앉아 있었다. 커피라도 한잔 할까 하고 가방을 열었는데, 아뿔싸! 지갑이 없어졌다! 분명히 안내 책자를 살 때 지갑을 열었으니 박물관에서 잃어버린 것은 분명한데, 과연 어디로 갔을까? 거의 한시간 동.. 더보기
CITY of OxFord '대학'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들어가기 전에는 나의 의식과 무의식을 죄고 있는 족쇄인 동시에 탈출구이자 희망이었고, 다니는 동안에는 벗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포근했던 성장과 지혜의 토양이었다. 졸업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학은 아련한 추억의 공간이자 자유로운 모든 것들을 상징하는 터전이다. '크게 배운다(大學)'는 지성의 의미로든, '온 우주(Universe)'라는 어원에서 가져올 수 있는 진리의 의미든, 대학은 적어도 내게 모든 긍정적인 것들을 다 쏟아부었을 때 이룩할 수 있는 아마도 유일한 성이 아닐까 싶다. Oxford역에서 City Centre에 들어서면서 나는 난데없이 교토를 떠올렸다. 물론 교토는 Oxford보다 인구가 10배 정도 많고, 대학도시라고 하기엔 그 이외의 무수한 .. 더보기
B&B, English Breakfast - Oxford로 가는 기차 안에서 어제 숙박비에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일어나자마자 악착같이 밥 먹으러 갔다. 영국 음식은 Fish & Chips라는 대중적인 음식과 English Breakfast라는 아침 정찬으로 유명한데, B&B 호텔에서 묵지 않았으면 그 유명한 English Breakfast를 경험하지 못할 뻔 했다. 사실 혼자 여행하면서 근사하게 아침 먹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잘 해야 샌드위치나 베이글에 커피나 오렌지 주스를 마셨겠지. 예전에는 라면도 곧잘 끓여먹었는데 영국에는 한국 음식을 파는 수퍼도, 음식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흔한 중국 상점도 없으니 영국은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아시아와 퍽 먼 모양이다. B&B란, Bed and Breakfast의 약자로 아침식사가 포함된 숙박을 말한다. 일본의 료칸(旅館)처럼 전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