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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오호, 단편이라... - '강산무진'






나는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을 훨씬 좋아한다.

점점 나이 들면서 장편 소설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사라진 까닭도 있지만, 점점 급해지는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내력이 부족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스피드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점점 좋아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김훈의 단편이 엮여있는 책이라 마냥 좋았다.

친구 모씨는 이번 '강산무진'을 보고 이제 김훈이 소설가 티가 난다고 했는데, 그럴 듯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김훈의 문장에 특히 매력을 느끼지만 뭔가 대중적인 냄새는 맡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작품 몇 몇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Yes24에 들어가 서평을 보니 어떤 사람은 내가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들을 보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했는데, 별 상관치 않겠다.

그러나 김훈이 주는 문장의 마력이나 통찰은 별로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다.


'바다에서 빛들은 부서지면서 태어났다. 바람이 잠든 날에 물결은 시간에 실려 출렁거렸고 바람이 물결을 흔드는 날에도 물결 위에서 부서지는 빛들은 바람에 불려가지 않았다. 빛드은 가득히 부서지고 태어났다. 이따금씩 해류를 거스르는 고래때가 솟구치고 잠기면서 빛의 바다를 가로질러 원양으로 나아갔다. ' - 머나먼 俗世


기찻길에서 버려진 아이를 스님이 주워 섬에 흘어오게된, 속세를 염원하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이다.

이번에 읽은 김훈의 몇 몇 작품은 영화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뭔가 이미지와 상징을 더 교묘히 사용했다고 할까? 게다가 입담도 재미있어진 것 같다. 난 이런 김훈의 변화가 좋다.

소재와 주제의 풍부함이, 문체와 함께 내가 가장 김훈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가 끌어오는 인간 군상은 정말 다양하며, 세상을 지대로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안목 없이는 힘든 작업일 것이다.

(미디어몹 : 2006/06/21)



  1. 하늬 blog 2006-06-26 12:40

    아이쿠~
    좀 전에 책 주문했는데 이 책을 깜박 했어요.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저 위의 그림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인가요?

    1. 음유시인 blog 2006-06-26 19:15

      옙 네이버에서 찾아서 퍼왔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