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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Doly

잡담이죠






1.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예전엔 꽤 자전거를 즐겨 탔는데, 어떤 십할 노미 시기가 자전거 허리를 잘라먹고 튄 바람에 자전거를 끊었다. 사실 그날 진짜 충격이었다. 허리 잘려 죽은 사람을 본 것 같은 충격! 왜 가져가려면 다 가져가지 그렇게 허리만 잘라갔을까?? 그렇게 가져가도 돈이 된다고 한다.

라디오를 들으며 꽤 오랜시간 탔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 한 35분 쯤 남았을까? 슬슬 돌아가는 길이 지겨워질 쯤 어떤 여자분이 나를 추월했다. 그냥 추월이면 괜찮은데, 우연찮게 그녀의 얼굴을 봐 버렸다. 미셸 위 닮았다.

추월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바이커지만, 괜히 그녀의 뒤를 따라 자전거를 탔다.


고백하건데, 난 습관이 있다.
지하철 우리집 역 왼편에 A여대가 있고 오른편에 B여대가 있으며, 우리학교는 A여대 바로 다음 정거장이다. 즉, 남자 입장에선 꽤 나쁘지 않은 시츄에이션인 셈이다.

지하철에선 보통 책을 읽던지 신문을 보던지 잡지를 읽는데, 등ㆍ하교길의 12분은 너무 짧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있다. 지하철 승강장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고 가장 출중한 외모를 가지신 분 뒤에 선다. 그 분이 남자친구가 옆에 있던 없던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그렇게 서 있다가 그분이 타시면 나도 탄다. 그리고 그분을 바라보며 12분을 보낸다. 물론 눈에 심히 띄지는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내가 내릴 곳에 다다르면 내린다. 그걸로 끝이다.

앞에 '고백'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고백이랄 것도 없다. 마치 어린 시절 지갑 사진 넣는 곳에 나와 아무 상관없는 예쁜 연예인 사진을 넣는 행위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은 12분이 그래도 꽤 금방 간다는 거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나를 추월한 그 미셀 위 닮은 분을 따라가다 보니 순식간에 집에 도착해 버렸다. 역시 목표가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2.

축구를 제외한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는, 축구 보는 건 좋아한다.
대학시절 마지막에 가까운 시험을 마치고 나는 드디어 차분히, 편안한 마음으로 축구를 즐길 기회를 맞게 되었다.

아무래도 우승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스페인 넷으로 압축될 듯 하다. 그 뒤로 네덜란드나 독일 등이 주목 받는 것 같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는 정말 말 그대로 아트다. 비디오 게임에 나오는 기술보다 훨씬 아름답게 축구를 한다. 왜 축구를 예술이라고 하는지 알 듯 하다.

월드컵 전부터 박주영은 꽤 주목받았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기술은 좋은데 몸싸움과 힘,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역시 단순한 진리다. 몸싸움과 힘, 체력이 뒷받침되면 협동에 기반한 조직력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 개인 기술이나 센스가 좋더라도 제대로 뛰지 못하면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박주영은 몸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스위스전에 뛸 수 있을까?
 
내가 아드보카트라면, 강한 압박이 필요할 때에 박주영을 보내진 않을 것이다. 혹시, 그가 다른 팀 감독을 맡을 때 히딩크가 박지성과 이영표를 데려갔듯 키울 순 있을 거라고 본다.



3.

월드컵 때문에 뭍혀버린 정치 의식을 찾자는 구호와 월드컵 때문에 드라마를 제 때 틀어주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아주머니들의 분노, 막연히 월드컵에 의제를 빼앗기는 것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난 축구광은 아니지만, 월드컵은 좋다.

사실 운동을 좋아하고 스포츠를 좋아한다. 특히 점수를 내고 승부를 보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한편으로 나는 경쟁을 모든 것보다 우선시하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세상이 아름다운 연대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분명 사람들 속에는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기를 원하고 우월하다고 인정 받고 싶은 욕구나 남을 짓누르고 폭력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제도적으로, 평화적으로 분출하는 것이 스포츠고, 국가간에 열리는 가장 큰 행사가 월드컵과 올림픽이다. 또한 그 속에는 연대감과 성실함과 노력, 재능이 어우러진 인간 승리의 모습도 있다. 경쟁과 협동, 이 두 가지를 모두 한번에 가장 드라마틱한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월드컵인 거 같다.


4.

어제 중앙일보를 보는데 기형도 시인의 기일이었다고 한다.

백석과 기형도 시는 언제 읽어도 새롭다. 저렇게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 한 사람의 20대를 지배할 수 있는 시들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디어몹 : 200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