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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파타고니아' 첫장 프롤로그의 타이틀이 '옳은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압도적으로 성공하는 법'이다. 뭔가 자화자찬, 자랑을 하려고 이렇게 썼을까? 이 책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창업자라고는 믿을 수 없이 명확하게 '환경'이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자는 신념을 사업을 통해 일관되게 실천/실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파타고니아'의 성공을 통해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지구를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파타고니아'의 성공이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한다. 즉, 사업의 방식과 성공 모두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기업사와 관련된 책을 보고.. 더보기
감동의 종합 선물세트 -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압도적인 점은 뭐니뭐니해도 1) OST를 포함한 기가 막힌 사운드와 2) 산왕전 경기 장면을 입체감 있게 살린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90년대 슬램덩크를 좋아했던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강백호, 정대만, 서태웅 등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거였을 거다. 그런 점에서 원작 슬램덩크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가지지 못했던 송태섭을 극장판 슬램덩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사랑했지만 한편으로 계속 떨어뜨리지 못했던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또 다른 도약을 하는 모습을 이야기의 줄거리로 삼은 것도 꽤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겠지만 아쉽게도 원작 슬램덩크 만화를 보지 않고 이 극장판만을 보는 사람들은 내용을 이해를 할 수 없거나, 혹은 원작을 본 사람들이.. 더보기
진보의 불평등 기획은 왜 실패했는가 - '좋은 불평등' 유시민 선생의 책을 제외하고 '나는 어떤 쪽에 서 있는 사람이다'를 드러내고 써 내려간 책을 읽은 지 오래 되었던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양산에서 이따금 페이스북을 통해 책을 추천하시는데, 본인이 진행했던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써 내려간 책을 추천하신 셈이라 눈여겨 보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막상 현대 한국사회의 불평등의 기원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막연히 보수정권의 신자유주의 혹은 대기업 위주 정책 때문에 그렇다든지(진보적인 분들), 아니면 불평등이라는 건 당연하다든지(주로 보수적인 분들), 그도 아니면 뭐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 정도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진보 진영에서 오랫동안 머물러왔고 지금도 .. 더보기
조잡하고 저속한 - '비스티 보이즈' 비즈티 보이즈(Beastie Boys)의 비스티가 Beast(야수같은) 그런 뉘앙스의 어휘인가 해서 사전을 찾아 보니 '싫은, 조잡한, 저속한'이란 뜻이라고 한다. 영영사전을 찾아 더 정확하게 찾아 보면 'an insect or other small animal'이란 뜻이었다. 아마 조잡한/조악한 정도의 뜻이 어휘 상으로도 영화 분위기상으로도 좀 맞아 보인다. 돈은 없는데 잘생기고 남자/여자 후리는 재주가 있어 밤에 술집에서 남자/여자에게 술파는 여자/남자들의 이야기다. 술집 남녀들의 그렇고 그런 얘기인가 하고 보다가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이야기가 점점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마지막 장면은 마치 2008년판 소설 '운수 좋은 날' 같은 서글픔이 느껴졌다. ‘수리남'을 너무 재밌게 봐 윤종빈 감독 작품 중 .. 더보기
신이 널 도우면 형벌, 날 도우면 천벌 - 넷플릭스 '더글로리' 아직 파트1(8회)만 종결되어 감상평을 적기는 이르다. 파트1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야기의 쉼표도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문동은의 복수도 복수지만, 주여정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 죄수와의 갈등과 세명초등학교의 어설픈 빌런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좀 남아있고, 박연진 남편인 하도영이 문동은의 조력자가 될지 방관자가 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점이 이야기의 종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확실한 건, 넷플릭스에서 이 악물고 만드는 시리즈물은 뭔가 차원이 다른 짜임새를 갖춘다는 점이다. 2022년 최고의 시리즈물 '수리남'에 이어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복수극,,,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재벌집 막내아들'도 인기는 꽤 많았지만 마지막 16회의 어설픈 마무리가 아니더라도 사실 허술한 부분과 공감하기 어려운.. 더보기
어수선한 액션극 - '공조1' 유튜브 알고리즘에 윤아와 현빈이 자꾸 짤로 돌아다니길래 뭔가 하고 넷플릭스로 보게 되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윤아'의 귀여운 푼수짓이었는데, 중간에 너무 웃었더니 와이프가 무슨일이 났냐고 물어볼 정도... 근데 그게 다였다. 개연성과 설득력 없는 스토리, 특별할 것 없는 액션신. 신나는 액션영화를 원한다면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가 답일 수도. 가장 최악은 딕션이었는데, 중간에 볼륨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 무슨 대사를 치는지 알 수 없었다. 공조2는... 감독이 바뀐 모양인데 작은 기대를 가지고 한번 봐야할지 의문이다. 더보기
어떻게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 -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IT플랫폼 업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책읽기 시리즈 중, 가장 교과서적으로 보이는 책을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발견해서 약 한달간 조금씩 꾸준히 읽어 보았다. 플랫폼 사업에 대해 과장도 편견도 없이 비교적 담백하게 적어낸 책으로 대학교 1학년 학생이 교양수업으로 들을 때 사용하면 좋은 정도의 느낌. 현업에서 업무할 때 영감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읽은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성공과 실패, 특히 실패에 대한 사례분석에 관심이 많았다. 운 좋게도 제조업, 유통업(종합상사)를 거쳐 IT플랫폼 업계에 몸담게 된 나로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제 5장 '플랫폼 전환 : 전통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법'이었다. 전통적인 기업이 플랫폼 사업에 발을 딛게 되는 경로를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는데 1) 이미 플랫폼이.. 더보기
내 삶 속에 찾아온 이야기들 - 김훈, '저만치 혼자서' 많은 사람들이 , , 등 김훈 선생의 역사 기반 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말 김훈 선생의 팬이라면, 그래서 김훈 선생의 신간을 놓치지 않고 읽는 독자라면 선생님의 역사물 못지않게 현대물, 특히 단편소설의 매력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긴, 단편소설 못지 않게 에세이도 감동적이긴 하다. 역사 소설이나 현대 소설이나 김훈 선생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말 디테일한 ‘취재'를 기반하여 작품을 끌고 나가는데 있다. 예전 어떤 인터뷰에서 김훈 선생은 본인이 직접 보지 않거나 확인하지 않은 것들은 감히 글로 담을 수 없다고 하셨다. 아울러, 그래서 이데올로기나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구름 위의 어떤 사상, 신념 같은 것은 다루기를 꺼리고, 오직 현실에 발딛고 있는 각 개별 인간의 군상들에 주로 관심을 둔다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