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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와 불의의 싸움 - '한산' 이미 통쾌한 승리의 해피엔딩임을 모두다 아는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디테일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얼마나 정교하게 디테일을 끌어올리냐가 성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영화 '한산'은 한산대첩 출정 전 며칠과 한산 대첩 후 부산포까지 공격해서 쓸어버리는 단 며칠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정교하게 풀어내었다. 무엇보다 성웅 이순신 장군에 대한 과장과 찬양을 최대한 배제하고 담담하게 그려내어 좋았다. 역시 스펙타클은 해전씬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거북선'이라고 생각한다. 거북선이 적 안택선에 부딪혀 파괴할 때 나는 격렬한 사운드는 마동석 영화의 펀치 소리 만큼이나 통쾌하여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울러, 이순신 장군이 한산.. 더보기
조선의 하늘과 시간 - 넷플릭스 '천문' 예전 SBS의 '뿌리깊은 나무'를 보신 분이면 반가울 작품. 오히려 한석규씨가 세종대왕을 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어색했을 법한데, 사실 그래서 약간 '뿌리깊은 나무'의 영화판 외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세종대왕 시기 과학적 업적으로 장영실의 여러 발명을 칭송하고 있지만 조선이 스스로 천문학을 키우고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그 당시 사대부의 세계관과 배치되었고, 명의 견제가 있었다는 점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과장스러운 부분이 꽤 있어서 매끄러운 느낌은 들지 못했지만 뿌리깊은 나무를 떠올리면 러닝타임 두시간을 꽤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더보기
다시 돌아 찾아온 사랑 - '러브 & 드럭스' 유쾌하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 뭔가 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사실 이렇게 정직한 로맨스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눈빛만 주면 여자를 꼬실 수 있는 재이미(제이크 질렌할)과 매기(앤 해서웨이)의 사랑이야기. 파킨슨병에 걸린 매기를 사랑할 수 있는가 없는가 번민하다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다시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무난한 스토리인데 두 주연배우 연기가 말 그대로 러블리해서 두시간 순삭했다. 복잡하고 미묘하게, 그리고 절묘한 수많은 사랑이야기 보다 이렇게 담백하고 솔직한 연애 이야기가 고프다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 더보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 '불편한 편의점' 김훈, 김영하의 작품을 제외하고 정말 오랜만에 읽은 한국 소설이었다. 우연히 서점에 들러 베스트셀러 코너에 갔는데 관심이 가서 검색해 보니 거의 수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5위권 안에서 벗어나지 않아 꾸준히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보였다. 느낌은, 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한 잘 만든 드라마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는 않지만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감각적이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편의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각 챕터별로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묘사해 갔던 것도 그렇고, 현 시대에 각자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들을 나름 따뜻하게 그려낸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간 때문인지 2편도 나왔는데 이 또한 넷플릭스 드라마의 시즌 2를 연상하게.. 더보기
찬란한 봄날의 햇살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오징어게임 이후 가장 성공한 K드라마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찬양을 받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작품을 찬양하는 수많은 블로그, 기사, 유투브가 있으니 굳이 내가 덧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특히 초반 1~4회까지 드라마의 흡입력은 정말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옥의 티를 꼽자면, 13~14회 제주도 이야기가 '답지 않게' 느슨하고 오버스러운 면이 있었다는 점이다. '정명석 변호사'의 병세와 뒤이은 수술 및 입원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 전개이긴 했지만 좀 더 세련되게 끌고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어쩌면 유일한!) 억지스러운 설정은 법무법인 태산 창업자의 딸이자 오너인 태수미 변호사가 대학시절 우광호씨와 혼외임신을 했는데, 우광호씨의 간곡한.. 더보기
브레이크 밟지 않는 탈출극 - '모가디슈' 장담컨데 코로나19 영향이 아니었다면 영화 암살이나 밀정, 가깝게는 변호인이나 택시운전사 같은 리얼리즘이 반영된 시대극으로써 상당한 흥행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난 영화이면서 액션이 꽤 반영되었고 남북한이 갈라져 있으나 위기에 대했을 때 서로를 힘써 이끌어가면서 간다는 면에서 공동경비구역JSA도 연상할 수 있다. 실화라도 무엇보다 허황되거나 붕 뜬 느낌이 든 영화들을 간혹 볼 수 있는데, 영화 모가디슈는 그런 느낌 없이 사건이 전개된다는 점에서 더욱 믿음직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점은 한국 대사관에서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가는 길에 총알 세례를 받는데 단 1명의 사상자만 발생했다는 점이다(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액션 씬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화하면서 모든 사실을 그대로 똑같이.. 더보기
컴퓨터 게임을 보는 것 같았던 - 'Top Gun 2' 영화 보고나서 검색해 보니 탑건 1편은 내가 무려 6살이었던 1987년에 개봉했다고 한다. 3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만난 탑건2는 뭔가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우리나라에서만 730만명 이상이 관람했으니 흥행에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짜임새 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예전에는 뭔가 아주 구조적으로 이야기가 짜임새 있어야만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는 것 같다. 화면과 스케일에서 주는 압도적인 몰입감, 그를 위해 동원된 많은 기술과 에너지가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영화가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탑건2는 한번 즐겨볼 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처음 도입부는 매버릭이 5세대 전투기를 마하 1.. 더보기
사운드가 일품인 - '범죄도시 2' 신나는 범죄물이다. (수사물인지는 모르겠다. 내용은 비교적 단순해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의 펀치와 업어치기가 상대방에게 작렬했을 때 울리는 사운드가 핵심인 것 같다. 전작의 장쳰이나 2편의 강혜상은 잔인한 꽃미남 폭력배라는 특징이 있는데, 그래서 더욱 극악한 인물에게 떨어지는 마동석의 핵펀치가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면이 있다. 뭐 사실 이 영화는 그게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듯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마동석은 한국의 제임스본드처럼 시리즈물의 히어로가 될 듯.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