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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Nobody)로 움직이는 것 - 김영하, '여행의 이유'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여행기는 아니다. 일부 여행에서의 경험과 느낌을 적기는 했지만 주로 여행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와 영향, 그리고 실제로 어떤 체험에서 그러한 Insight를 얻었는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로 떠났다가 비자를 미쳐 챙기지 못해서(비자가 필요한지도 모르고) 바로 귀국하게 되는 허무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여행을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귀국하게된 사연으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하게되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아이러니, 혹은 우연과 돌발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하는 여행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으로 책 서두는 시작한다. 어떤 도시에서 여행자들은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어하기도 .. 더보기
이언이 캘리를 찾지 못하면 - '먼 훗날 우리' 40대가 되어 사랑이야기, 더욱이 가슴 아픈 이별에 애절해 진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두 남녀가 헤어질 때, 그리고 오랜 후 재회하며 서로의 과거를 떠올릴 때, 다시 함께 할 수 없는 사이었다는 걸 눈물 흘리며 말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많은 분들이 이 두 남녀 주인공의 만남과 사랑, 이별에 가슴 시려하셨을 테지만, 중국의 시골에서 베이징에 정착하는 것이 우리나라 지방 도시에서 서울에 정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애절하고 거친 도전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나는 그 감정이 배가 된 것 같다. 샤오샤오(조동우)는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매년 춘절에 시골에 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젠징(정백연)보다 외로운 신세다. 샤오샤오에게 처음부터 마음이 있었던 젠징은 샤오샤오가 안정된 큰 회사에 다니거나 살만한.. 더보기
결국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 - 넷플릭스 '허슬' 스포츠 영화의 명작 '머니볼'이나 매회 가슴을 울리던 '스토브리그' 같은 감동을 기대하면 안된다. 그저 스포츠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라면 2시간 동안 흐뭇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프로농구팀의 스카우터 스탠리로 나오는 아담 샌들러가 스페인에서 우연히 길거리 농구장에서 만난 기대주 보 크루즈(후안 에르난고메스)를 프로무대로 보내기 위한 여러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스토리는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결말은 모두가 해피해지는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2시간은 훌쩍 보낼 수 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vuw7bx_IKaQ&ab_channel=NetflixKorea%EB%84%B7%ED%94%8C%EB%A6%AD%EC%8A%A4%EC%BD%94%EB.. 더보기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 '결혼이야기' 이 영화의 제목은 '결혼이야기(Marrage Story)' 다. 하지만 두시간 내내 이혼 과정을 담은 이혼 이야기이다. 세상에 사랑을 다룬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Love Story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에 못지 않게 이혼을 하는 사람도 많은 요즘에는 이 또한 흔하디 흔한 일이 되어 버렸는데, 이혼에 대해 저렇게 내밀하고 섬세하게 다룬 이야기는 드물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십수년전 나를 사로잡았던 TV드라마 손예진 & 감우성의 '연애시대'를 떠올렸고, 그 못지 않게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남녀간의 이혼을 다룬 이야기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편 쪽의 생각과 상황에 주로 감정 이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찰리(애덤 .. 더보기
202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 손보미 '불장난' 202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은 후 최근 중단편 소설의 동향 혹은 경향을 알고 싶어 202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펼쳐 보았다. 두 작품집의 공통점이라면 압도적으로 여성작가들이 많다는 점이었고, 소재 측면에서 이 이야기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정도로 2~30대 여성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러번 밝힌 바이기도 한데,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다루지 않는, 혹은 못하는 작가를 개인적으로 그렇게 인정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최근에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22년 이상문학상의 작품은 2023년 젊은작가상 작품집의 작품보다 안타깝게도 더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201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 '옥수수와 나'] .. 더보기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서 - '난생처음 시골살이' 예전 MBC 교양PD가 세컨하우스로 시골에 집짓는 장면을 영상에 담은 '오느른'이라는 유튜브가 큰 인기를 끌어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난생처음 시골살이'도 그런 맥락과 유사하다. '오느른'은 싱글이고 PD라는 직업을 버리지 않은채 시골에서 주말을 보내는 케이스고, '난생처음 시골살이'의 은는이가 부부는 젊은 30대 남녀가 완전히 귀촌해서 정착해 사는 내용 등이 좀 다르긴 하다. 나 역시 시골 전원생활에 로망이 있는 편이라 이런 종류의 영상과 글에 훈훈함을 느끼곤 한다. 애들이 커서 자기 삶을 스스로 꾸밀 수 있게 된다면 나 역시 수도권을 떠나 강이나 호수, 바다 등을 옆에 두고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예전과 차이가 있다면, 어차피 인생은 길기 때문에 굳.. 더보기
202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버섯 농장' 외 2023년 제 14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단편 소설집. 대학 시절, 문학 작품을 읽고 감상을  토론하는 것 자체가 공부였는데 회사 생활하면서 점차 멀어지다가 최근 한동안은 단편 소설을 거의 읽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중국에서 귀임하고 나서는 주로 에세이를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주된 미디어가 되다 보니 소설을 읽는 일이 더욱 드물어졌던 것 같다.  실용적인 것, 당장 필요한 것들에 주로 관심을 갖다가 최근에 종교, 철학, 사상 등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소설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마침 와이프가 사서 책장에 꽃아 두었던 이 책을 꺼내 읽게 되었다. 이미상 작가의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이 2023년 제 14회 대상을 차지했다... 더보기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다. 작품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긴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다만, 한번에 이어보지 못하고 넷플릭스로 약 1시간씩 3번 쪼개어 보았는데 확실히 영화를 나누어 보는 것은 몰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들이 총 출동한 작품으로서 영화 제작사의 입장에서 흥행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했을 거 같다. 제 2차 세계대전에 종지부를 찍은 미국 국민 영웅의 일대기.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명랑', '한산', '노량' 3부작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줄거리는 정해져 있되 그 안의 내용을 어떻게 충실하게 채우냐로 승패가 갈리는 싸움이었고 대체적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