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유태오님이 출연하고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를 오래 전부터 들어서 기대하고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인연과 전생의 개념은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고 이방인이 캐나다/미국에서 이민 와서 정착하는 스토리는 서구인들에게 익숙할 텐데요, 이 작품 속에는 두 정서가 섞여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정서의 교차 이외에는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인상적인 캐릭터는 노라(문나영, 그레타 리)의 남편이었는데요. 24년 전 헤어진 사이지만 지금까지 감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와이프와 와이프의 첫사랑을 최대한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질투를 느끼고 숨기지 않지만 시기하지 않고, 상황을 불안하게 쳐다보되 허세부리지 않는 뭔가 인격적으로 성숙한 모습이랄까요? 물론 남편에게 '그는 나를 보러 뉴욕에 온게 맞아'라고 쿨하게 얘기하는 노라에게도 놀랐지만요.
놀랍게도 이 작품에서 장기하도 볼 수 있습니다. 등장한 세 신(Scene) 모두 술자리에서 소주를 기울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깨알 같고 소소한 재미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