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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닫는데로/viSit Kingdom

스코틀랜드의 고도(古都) - 에든버러






5분 전에 겨우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차에 올라타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자는지 깨는지 자는지 깨는지 하다가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창 밖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세벽 4시에서 5시 사이 쯤 되었을까?

높은 산이나 무성한 나무 대신에 넓은 초원과 구릉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 키 작은 나무들이 군데 군데 있었다. 큰 산봉우리 사이에 해가 수줍게 올라오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땅의 태양은 넓은 구릉에 넓게 퍼져 도화지에 색 번지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 먹은 종이에 물기가 아른거리며 올라오듯이 날은 그렇게 밝아오고 있었고 나는 그 때부터 한 숨도 자지 않았다. 그것이 영국에서 느낀 최초의 감동이었다.

뉴질랜드처럼 고개만 돌리면 예술인 그런 자연은 아니었지만, 스코틀랜드의 산하는 무언가 슬픔과 애수가 묻어있는 느낌이었다. 플러스! 옆에 앉은 서양 여자분(젊은!)이 자꾸 내 어께에 꾸벅꾸벅 졸며 기대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 스코틀랜드로 가는 첫 느낌은 꽤 좋았던 셈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크라이스트 처치가 그랬던 것처럼, 에든버러는 생각지도 못하게 맞이한 보물같은 도시였다. 기대보다 실망했던 런던보다 훨씬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물들에 완전 반해버렸다.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이 "자유(Freedom)"을 외쳤던 에든버러 성을 끼고있는, 인구는 40만이 조금 넘는 이 작은 도시는 고개만 돌리면 감탄이 나오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술사진이 된다. 양아치 천국 같던 런던보다 사람들도 더 친절하고 삶의 여유가 엿보이는 것도 좋았다. 더 자세한 건 돌아다녀봐야 알겠지. 조금 추운게 문제다.





숙소는 오후 3시부터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우선 리버풀로 가는 표부터 예매해야 겠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시차 때문에 약간 어지럽긴 하지만... 찬찬히 이 곳을 돌아봐야 겠다.

(미디어몹 : 2008/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