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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Style

Get on the Ring

복싱 시작한지 만 두달 만에 오늘, 링 위에 올랐다.


그냥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등록한 거였는데, 처음으로 내가 격투기를 하러 왔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젊은 관장이 '너무 세개 상대방을 치려고 하면 상대방도 더 주먹이 거세지니까 살살 하시라'고

했다. 그런 건 걱정 할 필요가 없지, 그게 가장 내가 싫어하는 시추에이션이었으니까.


살짝 긴장된 상태에서 1라운드 3분 중에 1분은 눈치보기/ 1분은 나도 쨉한번 날려보기/ 마지막 1분은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계속 도망다녔다. 당연히 내가 상대보다야 훨씬 실력이 떨어지겠지만, 

마음가짐도 수비적이니까 실력도, 상대방의 기도 나를 완전히 제압하는 느낌이었다.


라운드를 마치고 내려 오는 순간 다이어트를 하러오는 마음가짐에서 이제 격투를 한다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살짝 - 이걸 계속 해야 하나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맞아서 아프거나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아프거나 다칠 일은 별로 없었다. 워낙 글러브도 뭉툭하고

머리보호대도 탄탄했으니까. 일주일에 두세번 운동을 아주 가볍게 여겼는데, 이게 어떤 이유에서건

조금 무겁게 느껴지니까 뭐 부담 같은 걸 느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요즘의 나는 매사의 것들이 잘 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마음이 들었고,

무얼하든 비관적이었고 부정적이었다. 일이 아닌 여과시간의 운동에서도 그런 생각이 드니까

내가 갑자기 너무 싫어져버렸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오늘이 처음이니까 살짝 긴장한 거라고, 다음에 하면 뭔가 조금은 더 익숙해져 있을 거라고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선택했지만, 실재 격투도 잘 할 수 있게 되면 그것도 얼마나 좋은 것인가...라고


그러면서 권투를 실재 링에서 잘 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민첩해 지고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