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文學과 藝術의 뜰

'두근거림'과 '열정'의 축제 - '워터보이즈'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음악시간은 정말 쥐약이었다. 노래 흥엉거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앞에 나가서 노래하는 건 한창 사춘기 때 정말 부끄럽고 쑥스러운 일이었다.

리코더 시험 때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몇 소절 부르고 점수를 매기곤 했는데 그 땐 왜 그렇게 쑥스럽고 긴장했는지...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막상 실전에서 틀리고, 그 때부터 손이 어지러워지다가 실기시험을 망쳐버리면 정말 죽을만큼 속상했더랬다.

대학 입학하고 별 생각없이 들어간 탈춤 동아리가 여름에 마당극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땐, 술로 정을 다져놓은 동아리원들을 뒤로하고 나갈까 마음먹기도 했었다. 여름 방학을 올인하며 뛰어들었던 공연... 대본 때문에 밤 새우고, 다 만들어 놓으면 '아예 그냥 찢고 다시 쓸까?'는 충동이 불끈불끈 솟았다.

맨날 싸우고, 토라지고, 다투고 힘들어 지쳐 잠적하는 이도 생겼지만, 공연 막바지 연습의 열기와 성공적으로 공연이 끝났을 때 느끼는 그 짜릿함은 역시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매력이다. '워터보이즈'는 그런 열정과 짜릿함의 미학을 정말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놓은 영화다.




누군가가 말한 대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청소년들의 도전과 성취를 아주 낭만적으로, 낙천적으로 그려놓은 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낭만과 낙천성을 전혀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위트와 재치다. 누구나 기대할 만한 엔딩을 누구나 기대하게 만드는 힘. 그게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재주가 아닐까?



 

(미디어몹 : 2007/08/25)


  1. 하늬 blog 2007-08-26 23:42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 선배가 아프로 머리를 하고 나왔다가 불이 홀랑 붙었던, 아주 귀여운 역할을 맡았던 영화지요.
    저 이 영화 참 좋아해요. 특히 물 속에서 앵무조개 흉내낼 때요. ㅎㅎ DDR로 박자감각 익히는 장면도!

    같은 감독이 만든 후속작 <스윙걸즈>도 재미있어요. <웰컴투동막골>이 <스윙걸즈>의 멧돼지 사냥씬을 표절했다는 말도 많이 떠돌았지요. <스윙걸즈> 리뷰는 제 블로그에도 하나 있다는;;; 총총....

    1. 음유시인 blog 2007-08-27 19:17

      하핫, 전 <스윙걸즈>보고 이 감독이 또 뭐 했었나? 해서 찾은 것이 이 영화에요~ 스탈이 비슷하긴 하지만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구요. ^.^

      리뷰도 이미 봤습니다. 뒤져보면 저의 리뷰도 이 블록 안에 숨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