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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세끼 밥과 새끼 밥 - '우아한 세계'

한창 학교에서 문학 이론에 대해 공부할 때, '오이디푸스 컴플랙스'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또 그렇게 만만치 않은 터라 확실히 개념이 들어오진 않았고 지금도 그런데, 몇 몇 단어들은 키워드처럼 떠오르는 게 있다. '남근'이라든지 '아버지의 존재 혹은 부재' 같은 것들...

Cine21등을 살펴보니, 요즘 트렌드로 '아버지'가 뜨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는 작품들이 각 장르별로 나오더니 한 흐름이 되고 있나 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사회에 진입한 지금,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남성성이 점점 '아버지적인 어떤 것'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뭐 거창한 얘기 같지만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지나가다 애들을 보면 이뻐 죽겠다든지, 가족끼리 손 잡고 놀러가는 것을 보면 흐뭇하거나 부럽다든지 등등 말이다.







가족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다가, '가족'에 의미를 많이 두게 되면서 자연스러럽게 떠오르는 걸까? 앞으로 내가 가족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장남'에서 '가장'으로 이동할 거라는 사실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그런 느낌들을 슬며시 받는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굳이 적용할 때, '산업화적인' 어떤 뭉텅이들에 정치적으로 상당히 호의적으로 변한 내 자신을 느끼기도 한다. 조선소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우리 사무실에 계시는 상사분들 혹은 갓 결혼한 선배들을 봐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아주 타이밍 좋을 때 내게로 왔다.

웰 메이드 한국영화의 전형을 따라가는 아주 재밌는 영화. 그렇게 독특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게, 때로는 코믹하고 짠하게 조각조각이 조직되어 있다. 이런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가면 가슴 속이 꽉 차는 느낌을 받는다. 'JSA'나 '올드보이' 같은 대작 반열에 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코 돈 아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터. 나는 주인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죽음으로 영화가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작자의 의도와도 완전 맞아 떨어지는 상황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장렬한 죽음보다 더 서글픈 마지막 장면의 쓸쓸함이여!

(미디어몹 : 2007/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