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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IMF가 빼앗아간 '낭만'의 빈 자리 - '족구왕'



관객의 예측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 안에 있으며,

독립영화의 어수룩함이 주인공의 촌스러움과 함께 잘 빚어져서 정감을 주는 영화다.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까지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대학생에게 작은 숨쉴 공간을 

'족구'라는 사소한 운동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흐름의 짜임새는 투박하지만, 

이제는 대부분 졸업한 00년대 학번들에게  적절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 만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약간 일본 만화에서 나옴직 법한 효과라든지 - '첫 화면'은 피구왕 통기에서 자주 나온 것이었다. 

어수룩한 주인공의 주위에 어정쩡하게 배치된 여신 '안나'

뚱뚱한 누나가 '운동'과 '연애'의 열등감을 극복하는 모습, 

지존급 실력을 갖추고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느라 결국 마지막에서야 등장하는 선배 등...


위의 모든 것들이 상업 영화에 사용되었다면 보는 사람이 거부감을 느꼈겠지만, 

영화가 그 유치하고 어설픈 것들이 주는 존재들에 대한 매력을 

독립영화의 틀거리 안에서 부각시키니까 나름 보기에 거슬리지 않았다.

 

큰 영화관보다 IPTV로 킥킥 거리며 보는 것도 솔솔한 맛이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