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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이름에 담긴 사연들 - 주소 이야기 근대 산업화를 거쳐 생긴 여러 제도들 중에서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특별한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여권', '상하수도', '등기'... 이런 것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물과 공기 같은 것들인데, 근대 이전 중세 사회에서는 없거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들이었다. 이러한 것 들 중에서 이 책은 '주소'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디어드라 마스크는 변호사이자 작가이다. 뉴욕 시의회에 올라온 안건 중에서 상당수 많은 것들이 도로명에 대한 것들이었는데, 왜 도대체 도로명에 사람들이 아웅다웅하는지 알고 싶어서 연구하다가 '주소'가 갖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역사적 의미에 대해 발견하게 된다. 주소라는 것은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현대 국가에서 조세, 행.. 더보기
우리는 이제 더이상 못 볼지도 몰라 - '플로리다 프로젝트' 디즈니월드가 있는 알록달록한 동네에서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으로 작품은 시작합니다. 디즈니월드와 비슷하게 꾸려놓은 모텔 '매직 캐슬'에는 여행자가 아니라 아예 눌러 앉아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부모는 하루하루 근근히 생활하는 미국 저소득층으로 주인공인 무니의 엄마 핼리는 특별한 직업 없이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영화의 절반은 무니가 알록달록한 동네에서 친구들과 여기 저기 신나게 노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절반은 몸의 절반은 문신이고 말의 절반은 욕설인 핼리의 위태로워 보이는 생활로 채워져 있습니다. 핼리와 무니는 작품 마지막에 헤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무니가 핼리와 계속 살게 되면 엄마인 핼리보다 나을바 없는 어른으로 .. 더보기
교양 법학 - 홍성수, '법의 이유' 형사와 관련된 법 보다도 민사, 특히 기업간 법률 이슈나 계약관련된 지식을 좀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본 책이었다. 법을 다룬 영화를 바탕으로 교양으로서의 법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중고생이 읽어도 될 수준이라 원하는 수준의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었다. 아울러 진보적인 저자 본인 생각과 주장이 좀 강한 편이라는 점도 좀 참고해 두면 좋겠다. 더보기
읽는 것도 무의미했다. -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유퀴즈에 문가영이 나왔다. 책을 좋아하는 분위기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보고 나서 기품과 교양이 느껴져 팬이 되었다. 문가영 배우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고, 과 를 읽었다고 하여 나도 오랜만에 서양 소설을 빌려보게 되었다. 장편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140page 남짓한 짧은 작품이다. 1/3 지점을 넘어가면서 이대로 계속 소설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의미한 대화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되어 있으며, 한 인물의 이야기가 다른 인물로 이어 전개되며 그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거나 무의미한 것이 된다는 내용이 중심에 있는 것 같다. 재미가 없어서 끝까지 읽기 힘겨웠으나 군대에서 행군을 마치는 느낌으로 다 읽어내긴 하였다. 일단.... 더보기
쓸쓸한 가을 호수공원 같은 - 김훈, '허송세월' 김훈 선생의 산문집 '밥벌이의 지겨움'을 읽은 때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 생활하던 무렵이었으니 이제 18년이 지났다.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같은 글에 열광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산문집 '허송세월'의 첫 서문의 제목이 [늙기의 즐거움]이라니... 이제 70이 훌쩍 넘은 노작가의 쓸쓸함이 묻어나 조금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죽는다는 것의 의미, 고요함에 대한 이야기가 산문집 전반에 깔려 있으면서도 어린이, 생기 넘치는 학생들, 젊어서 미지의 세계로 나간 청년들과 세상의 올바름을 향해 성큼성큼 발디딘 안중근 등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겹쳐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폭싹 속았수다'의 사계절 정서와 비슷하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었다.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 더보기
테니스 레슨 테니스 레슨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레슨은 끊고 게임만 즐긴지 약 1년 쯤 되었는데 실력이 멈춰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레슨과 경기를 번갈아 하면 뭔가 일취월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반말과 존댓말을 반반쯤 섞은, 한 눈에도 거칠어 보이는 코치가 일찍와 몸도 안 풀고 딱 정시에 왔다고 쿠사리를 주면서 시작했습니다. 복식 시합 20분과 레슨 20분의 밀도는 완전히 달라서 끝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뭐가 문제였는지는, 레슨을 하면서보다 레슨이 끝나고 나서 더 명확하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1. 테니스 라켓과 공을 타격하는 거리가 너무 좁다.2. 공을 치면서 앞으로 뻗어가야 하는데 공에 미리 달려들어 친다.3. 공이 바운드 되고 적당한 위치에 떨어졌을 때 쳐야 하는데 너무 높은데서 친다.완전 .. 더보기
미국 정치에 돌을 던진 4명의 여성들 - 넷플릭스,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두달 사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던 중 아래와 같은 기사를 읽어 보게 되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413048100009 반트럼프 선봉장 떠오른 83세 샌더스…순회집회 시작후 최다인파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미국 진보 정치의 상징인 83세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주) 연방 상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반대...www.yna.co.kr 지리멸렬한 민주당 지도부 대신, 버니 샌더스가 대중집회를 하며 반 트럼프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이 대중 집회에 함께 한다고 하여 누군지 찾아 보다가 아래 넷플릭스 다.. 더보기
눈물 없이 보기 힘들었네 -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허구한날 점복 점복태풍와도 점복 점복딸보다도 점복 점복꼬루룩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점복 못봐 안 나오나,숨이 딸려 못 나오나,똘내미 속 다 타두룩내 어망 속 태우는고 놈의 개점복.점복 팔아 버는 백환.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허리아픈 울어망콜록대는 울어망백환에 하루씩만어망 쉬게 하고 싶네개점복, 오애순 이 작품은 총 4개의 막, 16부로 작품이 구성되어 있다. 지지리도 가난한 제주도 어촌 해녀의 딸,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10살 남짓할 때 돌아가신 부모 잃은 오애순의 어린 소녀 시절을 그려낸 1막, 1편부터 4편까지는 차마 15분을 연속해서 보기 힘들 정도로 가슴아팠다. 특히 애순 어머니 전광례를 연기한 염혜란의 연기는 거의 신적인 수준이었다. 우악스러울 정도로 억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