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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상류층이지만 현실적인, 하층민이지만 이상적인 - '자산어보' 김훈 선생의 책은 대부분 빼 놓지 않고 보는데, 안타깝게도 '흑산'은 그다지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칼의노래'나 '남한산성' 같은 전쟁이야기, 극적 장면 없이 어쨌든 귀양 선비의 체류기로서 스토리의 기복이 없어서였을까. 영화로 본 정약전 선생의 유배일지는 오히려 담담해서 더 좋았다. 정 반대의 세상을 살아온 스승과 제자가 세상을 대하는 시각이 선명히 대비되는 점 역시 인상 깊었다. 정부 고위직까지 한 정약전은 유배지에서 자연과 현실의 생동감에 빠져들고, 배움에 목말랐던 제자는 스스로 품은 이상에 가우뚱하는 스승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창대'는 진사에 합격하나 핍박받고 갈취당하는 백성의 삶에 회의하고, 글을 쓰다 숨을 거둔 스승의 영전 앞에서 울먹인다. '창대'와 '가거댁'등이 가공의 인물이.. 더보기
茶山의 賢과 明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 示二子家誡 - 두 아들에게 내려주는 교훈 저녁 무렵에 숲 속을 거닐다가 우연히 어떤 어린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울어대며 참새처럼 수없이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 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긋 비참하고 절박했다. 어린애는 잠깐 사이에 목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서 밤 한 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기 때문이었다. 아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게 된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다 밤 한 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을 것이다. 2. 又示二子家誡 - 두 아들에게 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