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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세상 어려운 만점 따내기 - 심재천,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이 소설의 재미짐에 비해 너무 제목이 노골적이다. <나의 토익 만점 수기>라니... 언뜻 보면 소설이 아니라 자기개발서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한글 제목인 <나의 토익 만점 수기>보다는 영문 제목인 <My Journey to Perfect TOEIC Score>가 더 멋들어진 느낌이긴 하다.

 

 중앙 장편 문학상 수상 후 작가의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면 이 소설이 아무래도 자전적인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은 토익 600점도 되지 않은 채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자 토익 만점을 따기 위해 호주로 떠나고, 작가는 회사를 그만두고(아무래도 신문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3년간 이 작품을 집필한 거 같다. 직장이라는 조직에 적을 두지 않은 채 고독한 소설 집필에 매달리는 저자와 토익 만점을 받기 위한 절실한 마음으로 호주로 떠나는 주인공이 적지 않게 오버랩 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발췌한 '작가의 말'은 소설을 읽기 전보다 읽고 나서 보는 게 여러 모로 바람직하긴 하다;;;

 소설 주인공이 호주에서 조우하는 여러 사건, 인물, 사고의 전개와 주인공의 자의식의 배경이 되는 아버지의 종교와 삶, 모습 등이 적당히 진지하고 의외로 유쾌하게 펼쳐진다. 한쪽 눈을 읽는 과정이 조금 쇼킹하긴 하나 토익 만점을 얻기 위한 과정, 혹은 결과에 따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뭔가 숙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국으로 돌아와 토익 시험을 치고 대기업 최종면접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열매와 과실이 달콤하게 느껴지는데, 해피엔딩이라서 뻔하거나 식상한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한쪽 눈 때문에 계속 '진짜'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수 있고, 오히려 주인공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새드엔딩이었으면 정말 우울한 느낌에 빠져버렸을 것 같기 때문에 안도하는 느낌같기도 하다. 

 오랜 만에 최근 작가의 소설을 읽은 셈인데,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처럼 동시대 젊은이들의 삶의 절박함이 군데군데 위트와 함께, 그러나 무겁지 않게 적절히 잘 녹여져 있었다. 어쩌면 이런게 최근 작가들이 트렌드인지 모르겠는데, 최근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불편한 편의점'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나도 대학시절 몇개월간 호주에서 어학연수 겸 단기 체류를 한 적이 있는데 이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더욱 이 작품에 애틋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