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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씁쓸한 블랙코미디 - '카지노'

 

 많은 범죄인들이 그렇듯이, 차무식(최민식분)도 어린 시절 불우하게 자랐다. 조폭 아버지 아래에서 컸고 학교에서는 쌈박질을 일삼았다. 결국 도박'판'의 세계로 들어와 조폭 사이에서 도박판을 끼고 한평생을 산 인생이 되었지만 뭔가 그냥 악당의 죽음이라고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남는다.

 차무식은 일반적인 깡패나 건달, 도박상과 약간 다른 사업가적인 면모를 보인다. 베풀 땐 쓸줄 알고, 신뢰를 중시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과 가까이 한다. 어쩌면 자신이 최대한 케어하려고 했던 수족 정팔과 상구로 인해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는 건 적지않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점이기도 하다. 민석준 회장의 죽음에 용의자가 될 때에는 오히려 차무식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점도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오승훈 경감 역을 맡은 손석구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오승훈 경감이 차무식을 잡으려고 약간 집착에 가까운 수사를 벌이는데 대한 개연성이 조금 부족해 아쉬움기도 하다. 서울에서 지원해 주는 심계장, 필리핀 현지 경찰 파트나 마크 역시 왜 저렇게 차무식을 잡고 싶어하는지 궁금해 하는데, 과거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범인을 잡고 싶어 미쳐하는 송강호에 관객이 빠져버리는 등의 설정이 대본이든 연기에든 녹아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요즘 뜻하지 않게 '나르코스', '수리남'과 같이 마약과 도박과 관련된 형사물을 즐겨보게 되었는데,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역시 이 작품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되는 괜찮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