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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마약 민주주의 - 넷플릭스 '나르코스(Narcos)'

** 본 블로그의 이미지는 이 블로그(https://blog.naver.com/dbswpahs/223006375390)에서 발췌하였습니다.

 TV시리즈 수리남을 보면 국가정보원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이 공조하는데, DEA요원들이 작전을 위해 용병을 고용하고 헬기를 타고 총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군대 특수부대 같은 느낌이라 공무원치고 좀 오버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TV시리즈 나크로스(Narcos)를 보면 왜 DEA가 이런 무장이 필요한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마약단속국이 상대하는 남미 마약상이 좀도둑은 물론 조직폭력배 수준이 아니라 거의 군사 조직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대마초(마리화나) 수준의 마약을 단속하던 동네 경찰 같았던 DEA와 요원 스티브 머피가 '코카인'이라는 극강의 마약이 탄생할 무렵 콜롬비아에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리즈물이다.

 시즌 1~2는 콜롬비아 역사상 가장 악명 높았던 메데인 카르텔 수장 파블로 에스티코바르의 흥망성쇄와 이를 잡기 위한 피비린내 나는 사투를 다루고 있으며 시즌 3는 파블로 에스티코바르 사후 콜롬비아 최대 마약 조직이 된 칼리 카르델을 어떻게 몰락시키는지 보여주고 있다. 시즌1~3까지 모두 흥미진진하지만 메데인 카르텔 이야기(시즌 1~2)는 거의 전쟁 영화같은 폭력물 분위기고 칼리 카르텔(시즌3)는 첩보물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미국DEA와 콜롬비아 경찰이 각 카르텔 수장의 경영(!?) 방식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밌어서 쉽게 끊을 수 없고, 두 DEA요원 스티브 머피와 하비에르 페냐의 활약, 콜롬비아 경찰의 A few Good Man인 카리요 대령, 마르티네즈 대령 및 세라노 장군과의 호흡도 멋지다. 다만 뇌물과 불법이 판치는 콜롬비아경찰과 마약 조직 사이에서 수많은 죄없는 민간인들이 끊임 없이 희생되는 걸 보게 되어 마음이 불편하다. 마약 카르텔에 몸담고 있는 졸개들도 수장의 지시와 필요에 따라 장기판의 말이나 소모품처럼 희생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비록 이야기의 큰 줄기는 아니지만, 콜롬비아 공산주의 무장단체와 우익 민병대가 이야기의 흐름이 등장하여 마약 카르텔과의 싸움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는데 이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되기도 한다. 돈(뇌물), 폭력, 마약 이 모든 것들을 둘러싼 힘... 국가 치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폭력과 뇌물에 뒤덮여 있는 1980년대 콜롬비아는 슬프게도 약육강식의 정글같았다.

 미국 DEA 두 요원의 활약을 너무 영웅시하여 또다른 미국식 국뽕이라는 의견도 있고, 악당을 물리치는 과거 미국식 서부극의 영웅담 같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렇게 거슬리진 않았지만 컨셉은 전형적인 면이 있어서 민간인이 국정원에 협력하는 수리남(Narcos Saint)같은 색다른 이야기 전개에 꽤 열광했을 나르코스 팬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에서도 수리남을 나르코스 시리즈의 아시아판 버전으로 기획했을 것 같다. 나도 수리남보다 나르코스를 먼저 봤다면 수리남을 나르코스 시리즈의 외전처럼 느껴졌을 것 같고, 그 역시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나르코스나 수리남 모두 빼어난 수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