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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인재숙 - 수도권과 지방, 고학력과 입시지옥이 뒤섞인 풍경



이리저리 네이버를 뒤적이다가, 아래 기사를 읽었다. (한겨레 21, 2007/12/20 특집)


‘인재숙’은 지방 교육의 숙명인가

순창군의 선택받은 상위 20%를 위한 ‘공립 기숙학원’ 인재숙의 실태
http://h21.hani.co.kr/section-021106000/2007/12/021106000200712200690034.html



△ 200명의 ‘인재숙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 대신 인재숙으로 향한다. ‘공교육을 무력화한다’는 주장과 ‘인구 유출이 심각한 농촌사회의 마지막 대안’이라는 엇갈리는 주장은 ‘인재 양성’ ‘도농 격차’에 대한 복합적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진다.

△ 늦은 밤, 학교 수업을 마친 ‘인재숙 아이들’이 다른 지역에서 온 유명 학원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고 있다.

△ 12월4일, ‘재학생 대상 기숙학원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례개정안 심의를 앞두고 ‘인재숙 존치’를 요구하는 순창군민들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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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4000만의 4000만개의 생각이 떠도는 우리나라에서 엘리트 교육과 공교육, 서열화된 대학과 이제 고등학교마저 서열화시키려는 시도와 그것을 막으려는 시도는 항상 전쟁처럼 물려물려 벌어지고 있다. 이런 '교육'의 화두 속에서 도ㆍ농, 수도권과 지방의 문제와 뒤섞여, 한겨레21이 다룬 위의 기사는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당위로서 [모든 사람들이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받고, 사회적 제도적 차별이 없는 시스템 하에서 우리의 새싹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에서라면 '옥천 인재원'은 국가가 그런 사회적 당위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내가 자녀를 키운다면? 아마 옥천 인재원으로 보내기 위해 - 만일 자녀의 능력이 된다면 -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싶다.

서울에 비해서 지방의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은 단지 명문대를 보내는 학생이 몇 몇이냐의 문제 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중심/ 아시아의 허브, 전 세계적으로 수 많은 대도시 수도들 중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글로벌 CITY 서울에 사는 사람들과 그의 자녀가 세계를 보는 시야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며 그런 분위기와 차이가 누적되면 생활의 틀도 영향을 받게 된다. 지방생활을 처음 경험에 보는 나로서는, 그런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과거엔 전혀 알지 못했다. 인터넷과 교통의 발달로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그 격차가 자녀의 성장에 주는 영향은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자녀를 좀 더 좋은 교육조건에서 교육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초등학교 때까진 아니라 하더라도 중고등학교는 서울 이나 광역시로 옮겨 보내려는 사람이  많다. 내 주위의 차ㆍ부장 분들도 오랜 기간동안 주말부부를 경험한 분들이다. 그런 움직임 속에서 순청군수가 추진하는 - 시골에서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붙잡으려는 의도 - 이런 프로젝트를 공교육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로만 몰아가는 것은 적절한 것인가. 군수에게 군민들이 고객이라면, 멀어져가는 고객을 잡으려는 나름 괜찮은 행정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정책입안자로서  공교육의 부실화를 염려하는 또 다른 목소리 역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광역시에서 국가기관이 이런 사설입시 양성소를 건립ㆍ운영하려고 한다면 어마어마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순천의 시도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교육여건을 타계해 보려는, 부족한 곳을 매워주는 공공성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미디어몹 : 2007/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