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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보이지 않는 힘



성취와 노력의 함수관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이따금씩 나는, - 비교적 운 좋게 살아왔다고 감사해 하고 있지만 - 사람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고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소한 일상의 이어짐과 관계에서부터, 영화와 소설에 나오는 기구한 운명, 혹은 역사의 큰 줄기까지 그 힘은 그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덮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특히 최근의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를 바라보며 더욱 그렇다.

매일 아침 뉴스에서 나오는 갖가지 우울한 경기전망은 다행히 나에게 너무 반가운 일이다. 심지어 내 펀드 까먹는 것은 생각도 못한채 씨익 웃음이 나온다. 입사이래 계속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던 국제 철강 시장의 환경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잘 팔기도 어렵지만, 구하기 힘든 물건을 구해오는 건 정말 어렵다. 어쩌면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이러한 정황을 처음 직장생활을 하는 내가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게 나중엔 행운이라고 느낄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근 원자재 확보를 하지 못해 회사 공정에 엄청난 손실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거의 골병들 정도로 일했다.

그러다 발생한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가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이에 철강수요도 함께 급강하, 슬슬 시장이 구매자가 우위에 설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몇 몇 제철소에서 공급물량을 우리쪽으로 증량할 수 있도록 결정했는데 이는 실로 역사적인 사건으로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 만일 이 물량이 증량되지 않았다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공정손실로 날라갈 뻔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행운도 노력하는 자에게 따른다고 한다. 이번에 물량이 증가되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새벽 2 - 3시까지 일하면서 어떻게 공정 데미지를 줄이고 물량을 어디서 더 공급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쥐어 짜낸 결과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이번 금융 위기로 뭔가 우리가 끙끙대던 것들이 급 반전을 이루어 내니까 조금 허탈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노력과 나의 노력과 상관없는 어떤 힘이 있다고 할 때, 점점 살면서 후자의 비중이 훨씬 높다고 느껴지면서 요즘의 나는 아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많은 것들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