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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혼식

'주례'의 의미는 아마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이럴 겁니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에 행복과 사랑이 가득하기를 그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약속하고 축복을 받는 자리를 주제하는 사람.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대상으로 신의 가르침을 받드는 사제를 모셔보는 것도 참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오늘 결혼식은 가톨릭 미사로 진행되었습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과천에 있는 우면성당에 가는데, 껄렁껄렁하고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택시기사 아저씨 때문에 쫌 짜증이 나 있었더랬죠. 전날도 거의 세벽에 업무를 마치고 들어와 몇시간 자지도 못했던 터에 택시기사도 바가지씌우는 것 같고, 암튼 그다지 유쾌하지 못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결혼하는 분의 마음 씀씀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꾸역꾸역 결혼식장으로 이동, 부조금 내고 얼굴한번 보고 대충 한 그릇 하고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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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리고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천주교 우면성당은 예전에 TV드라마에서도 나왔다는, 정말 아담하고 멋진(!!) 성당이었습니다. 그 성당만큼이나 고운 마음씨를 갖고 있는 신랑은 온 세상의 기쁨을 담긴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름다운 신부 옆에서 웃고 있었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작고 아담한 성당의 분위기와 신랑과 신부의 행복한 모습이 겹쳐 꽤 긴 결혼식이었지만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영성체가 끝나고 결혼식이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신부측 친구들과 신랑측 친구들이 축하공연과 축가를 불러주는데 정말 준비를 많이 한 듯 보였습니다. - 이 바쁜 세상에서 축복을 위해 여러 사람이 함께 오랫동안 힘을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 무엇보다 신랑 아버님께서 함박 웃음을 지으며 하객들에게 인사 말씀 하신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기억나는데로 옮겨 봅니다.

"여기 새로 둥지를 트는 부부를 축하해 주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와 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잠시 후 제가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한분 한분 모두 손 잡고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하객 여러분, 오늘 이 자리를 빌어서 31년 동안 못한 고백을 하겠습니다. (신랑 어머니를 향해)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당신이 정말 고마워, 사랑해"

(미디어몹 : 2008/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