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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보내는 사람 - '굿 & 바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본 날은 꼭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 첫 키스를 한 날, 대학 입학식, 결혼 기념일 같은 것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처음 넥타이를 매어본 날, 처음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나온 날 같은 것도 꽤나 의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겠다. 오늘 내가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비록 객석은 텅 비었지만 그렇게 썰렁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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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생의 마지막이지만, 누구에게나 처음 겪는 일이기도 하다.

죽은 자의 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 답게 등장인물의 복색과 미장센,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굉장히 절제되어 있다. 인생의 4대 이벤트 '탄생, 성년, 결혼, 죽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가 갖고 있는 엄숙함, 제례의 숙연함에서 나오는게 아닐지. 인생에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만남의 문을 여는 것은 탄생이며 인생의 모든 헤어짐은 죽음으로 정리된다. 그 엄숙함을 다루는 직업은 불행히도 사람들이 그다지 귀히 여기는 직업은 아니다. 예전에는 천민으로 분류되었을 그들에 대한 시선은 현대사회라고 그다지 곱게 여겨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하물며, 도쿄에서 첼로를 만지며 음악에 대한 꿈을 태웠던 사내에게서랴.

단지 일본 영화의 특징 - '나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내 김새게 하는 것은 불행히도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느꼈던 히로스에 료코에 대한 두근거림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