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관련된 책은 오랜만이었다. 세상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던 대학 시절엔 사회과학 서적을 참 많이 읽었다. 십수년째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나는 돈의 흐름과 기업의 흥망성쇄, 조직원으로서의 성장과 등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모처럼 국가나 사회 공동체 단위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긴 책을 읽으니 20대의 향수를 느낄 수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아비지트와 에스테르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고 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고 나서 1년 후에 출간된 이 책은, 1기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후 느낀 좌절감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이민 정책, 무역의 명과 암, 성장과 분배, 환경 이슈, 국가와 민간의 역할, 조세 등등의 이슈 등 경제적이며 그렇기에 당연히 정치적인 여러 이슈에 대해 두루 다루고 있다. 이것들은 너무나 중요하고 그래서 고전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이 발간되고 나서 바로 터진 코로나19, 바이든 집권 4년에 발생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및 하마스 이스라엘 전쟁, 생성형 AI의 등장과 이로 인한 기술 및 산업의 변화와 2기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지도 못했던 전 지구적 이슈가 다시 주류경제학에서 다루던 전통적인 이슈에 영향을 미치면서 흘러가는 느낌이다.
다만, 이 책의 두 저자는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바가 확고하여 상황을 이상에 맞춰 끼워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칼같이 객관적일 수는 없겠지만, 사회과학이라는 이름처럼 '과학적'인가에 대한 물음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