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주요한 주장을 펼쳤다. 첫 번째는 사소해 보이는 사회적 상황들이 사람들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넛지는 보이지 않는 듯해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적절성의 여부를 떠나 선택 설계는 도처에 만연해 있으며 불가피하기 때문에 우리의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두 번째 주장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가 결코 모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택 설계자들은 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넛지를 가할 수 있다.
우리는 저축과 사회보장제도, 신용 시장, 환경 정책, 의료서비스, 결혼 등을 비롯하여 매우 방대한 영역을 다뤘다. 그러나 적용 가능한 범위는 우리가 다룬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하다. 우리의 주된 바람 가운데 하나는 선택 설계와 넛지의 힘에 대한 이해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여타의 영역에서 창의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켜주는 방법을 고안하도록 돕는 것이다. 직장과 기업 이사회, 대학, 종교단체, 클럽, 심지어는 가정들까지도 소소하게나마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실천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age 373 ~ 374
'넛지(Nudge)'는 '(특히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의 영단어이다. 경제학적 의미로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선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해 고안한 설계를 말한다. 인간의 뇌는 두 가지 유형의 사고방식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자동 시스템'과 '숙고 시스템'이라고 인식 체계를 구분해 놓았다. '자동 시스템'은 신속하고 직관적이며, 사고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것들을 수반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야구공이 갑자기 날아올 때 몸을 피하거나 운동을 할 때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행위 같은 것이다. 이에 반면 '숙고 시스템'은 노력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여행 경로를 결정하거나 은행별로 이자율을 비교해 대출을 신청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무의식'과 '의식'의 구분과 유사하기도 하다.
인간은 이 두 가지가 뒤섞인 채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합리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충분히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서는 행위자가 상대에게 원하는 바를 (무의식적으로) 부드럽게 이끌어 내기 위해 넛지를 심어놓고 있고, 공공 부문에서는 리더들이 부드러운 개입인 '넛지'를 통해 선택을 설계하여 올바른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일상은 어쩌면 선택 설계에 의해 유도된 것들로 둘러쌓여 있고, 이따금 우리가 넛지를 통해 상대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게끔 노력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을 이론적으로 체계화 놓은 책이 리처드 탈러의 '넛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으로 저자는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었지만 미국의 사례를 워낙 많이 들어 놓았고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페이지를 쉽게 넘기기가 어려웠다. 다만, 상품기획/ 상품설계/ 마케팅/ 홍보 등에 주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꽤 공들여 읽어봄 직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