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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즐거움

마이크로소프트에 <공감>을 싣다 - 사티아 나델라, 'Hit Refresh'

 

 1975년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는 단 세명의 CEO가 운영했습니다. 창업자 빌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를 뒤이은 이 책의 저자 사티아 나델라가 이 50년 역사 속 세번째 CEO입니다. 스티브 발머 후임자로 오르내렸던 CEO 대상자 중 사티아 나델라는 가장 눈에 띄지 않았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차기 CEO로 그가 발표되자, 변화와 혁신보다 조직 안정을 택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나 빌 게이츠가 다시 경영으로 돌아오기 위한 초석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습니다. 2014년에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꾸준히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나갔고, 2024년 2분기에는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를 탈환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부분에서는 저자 사티아 나델라가 어떤 사람이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어떤 일을 해 왔으며 CEO 취임 이후 어떻게 MS를 변화해 나갔는지에 대해 담담히 적혀 있습니다. 후반부는 본인 그리고 MS가 앞으로 기술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사용자와 사회를 위해 기여하며 대응해 나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전망과 비전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발간된 해인 2018년, 사티아 나델라는 약 4년간의 CEO 활동을 하면서 이루어낸 개혁과 변화에 얼마간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시기 상 도널드 트럼프 집권과 함께 마주한 보호무역주의 국가간 장벽에 대한 우려도 은근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회사에 입사한 후 가장 큰 변화는 맥북과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회사에서는 모두 윈도우즈와 MS오피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맥OS와 구글 시트, 구글 닥스, 구글 프리젠테이션에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익숙해지고 나니 클라우드/웹 환경에서 문서 작성을 하고, 관련된 분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수정 보완작업을 하게 되어 마법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과거에 사용했던 윈도우즈와 MS오피스는 구식이고 멋진 맥북에서 구글 툴로 일하는 지금이 더 쿨하다는 인식이 심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MS오피스가 더 광범위한 기업과 기관에서 사용되고 있고, 오피스365로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용성 면에서 MS오피스가 더 우위에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수년전까지 MS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기업, 구글은 시장과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기존에 다니던 회사들에서 MS오피스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 그래서 오피스 파일을 메일로 주고 받으면서 취합하고 편집을 하는 방식을 썼기 때문에 - 그렇게 느꼈을 것 같네요.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했던 시기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서비스의 클라우드화를 추진합니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내외부에서 질타가 적지 않았던 BING마저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교두보로 삼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때 MS가 클라우드 사업에 더 뒤늦게 대응했으면 지금과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클라우드가 제대로 작동을 해야 AI 대응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카테고리를 보면, 운영체제인 윈도우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과 서비스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Open AI 투자 후 적용하는 코파일럿 등 MS의 AI서비스 역시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동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 5장 <새로운 파트너십, 경계는 없다>를 제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윈도우즈와 오피스를 배경으로 군림했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는 PC에서는 맥OS, 모바일에서는 iOS 및 안드로이드, 기업용에서는 리눅스와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 오피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리눅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기업용 제품들이 Azure 클라우드를 통해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등입니다. 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 했을 때 삼성과 겪었던 갈등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를 출시하고 델과 서먹한 사이가 되는 등 어려웠던 케이스나 사례들도 소개되어 있는데 소소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2024년 지금 봤을 때 사티야 나델라는 이 책에 담긴 2018년에 전망한 기술발전과 방향에 대한 전망을 놀랍게도 모두 맞춘 기술기업가입니다. 이와 동시에 어린 시절 인도에서 아마추어 크리켓 선수가 된 후 은행원이 되려고 했던 소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하이데라바드를 떠나고, 미국으로 건너와 무엇을 느끼면서 MS의 CEO로 자리잡고 설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공감'이라는 덕목을 어떻게 회사 조직과 프러덕트에 옮겨 사용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 철학적 메시지도 담겨 있는 책입니다. IT관련 지식이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회사 운영과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