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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아픈 사람들의 흐뭇한 사랑 이야기 - '우리 태양을 흔들자'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좋은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 현대물은 부잣집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소녀가 주인공인 작품이 많아 유치해서 보기 민망하고, 사극 역시 중간 중간 황당무계한 스토리로 인해 60편이 넘는 시리즈의 중반을 넘기기 쉽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검증을 통과한 <겨우 서른> 같은 작품이 귀하게 느껴지곤 한다.  

 이 작품, <우리, 태양을 흔들자>도 넷플릭스에서 찾을 수 있었던 귀한 러브 스토리였다. 주인공 링민(이경희 분)은 요독증 환자로 일주일에 세번 투석을 받으며 극단적인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 인물이다. 신장 이식 수술을 위해 대기해 둔 병원 3곳이 근처에 있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이미 요독증에 걸린지 2년이 되어 지쳐갈 무렵, 암환자 단체대화방에 신장 기증을 해 줄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짧은 영상을 올리게 되고, 이에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취해 온 뤼투(팽욱창 분)와 만나면서 우당탕탕 좌충우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국 갑부집 잘생긴 도련님 이야기도 아니고, 그런 사람과의 만남을 터무니없는 우연으로 포장하지도 않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가 큰 병에 걸려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서로 보듬어 가며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 뤼투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 청년인데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 옥상에서 접선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집 안에 있던 링민과 무전기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이로 인해 둘 사이의 이해와 관계가 높아지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작품 전체 중 가장 좋았다.

 작품의 60% 흐른 지점에서 둘은 부모님의 허락 없이 혼인신고를 올린다. 신장 이식을 받기 위해 형식적, 법적 부부가 되었다. 이미 결혼해서 10년이 넘은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이 있더라도 함께 해쳐가나기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하는 것이다. 많은 다른 러브스토리의 해피엔딩이 결혼식인데,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고난을 극복한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마지막의 결혼식은 앞으로 두 사람이 마주할 역경과 고난을 정말 함께 극복하겠다는 약속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2시간동안의 여정이 이어진다는 점이 이 작품을 볼 만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