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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광기와 낭만의 역사 - '모던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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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미친다(狂), 정신을 놓는다는 그다지 긍정적인 말은 아니다. 집중을 하여 다른 것들은 어느 하나 보이지 않는 극한의 정신상태, 그로 인해 어떠한 성취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취가 행복을 담보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는다. 독립을 위해 싸우는 인텔리 여성의 운동을 '광기'로 표현하는 것이 껄끄럽지만, '모던 보이'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광기를 발하는 두 남녀의 슬픈 이야기가 맞닿아 있다. 이해명(박해일)이 조난실(김혜수)에게 보이는 사랑은 충분히 광기(Crazy Love)라고 할 수 있다면, 그 사랑보다 더한 힘으로 자살폭탄을 터트리는 난실의 신념 역시 극한의 무엇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 부자가 되고 싶어서, 장례희망을 '일본인'이라고 써냈던 이해명은 조난실의 죽음으로 인해 결국 독립운동가가 된다.]

영화는 이 짧은 한 문장 사이에 있는 두시간의 러닝타임 사이에 있다. 무엇보다도 1900년대 초반의 서울(경성)의 모습과 낭만적인 화면구성으로도 충분히 눈은 즐겁게 할 수 있다. 히라가나가 도배한 왜색의 문화와 한옥의 고운 선이 맞물려 있는 경성의 스카이 라인, 치마저고리와 기모노가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의 풍경은 참으로 서글프지만 정치적인 고려와는 별개로 아름다웠다. 물론 그 사이에, 거리거리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계급적/ 민족적 결계가 마련되어 있긴 하겠지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