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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천사는 여기 머물다 - '전경린', 2007년 이상문학상 대상


29년 만에 찾아온 폭풍같은 사랑. 사랑이 너무 깊어 증오를 부르고 그 애증이 삶을 파괴하는 여자의 이야기. 사랑 없이 지낸 29년, 그 흔한 떨림이나 설레임 없이 지내다 그를 만난다.

세상이 허용하는 범위 밖에 있는 그에게 바치는 사랑. 그는 그녀의 사랑에 빠져 자신의 삶이 부서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녀에게 모든 삶을 걸지만 그녀가 그에게 바치는 사랑이 그 외의 남자에게도 향할까봐 끊임없이 의심하고 괴로워하고 억압한다.

세상에 그런 여자도 많고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와 함께 있다는 믿음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신뢰와 믿음에 바탕을 둘 겨를 없이 이루어진 사랑은 욕망에만 기대게 되고, 그 욕망이 삶을 파괴하는 걸 목도하는 그녀는 결국 그와의 사랑에 힘겨워하다 그에게 도망치고 만다.

결혼을, 삶을 함께하는 상대를 선택하는데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는,

나를 포함한 20대의 젊은이가 머리 속에 계속 맴돌고 있는 화두를
꺼낸 이야기라 이래저래 와닫는 바가 많았다.

다만 거슬린 점은 일련의 작가군들이 피하지 못하는 현학성이라고 할까?

특히 대화문에 쓰인 현학적 표현을 볼 때마다 왠지 사실성과 괴리된 것 같아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지문에서야 물론, 등장인물의 심리 환경, 판단등이 들어가니까

필요에 따라 어려운 용어를 등장시킬 필요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행위'라든지 '사무적 검토'라든지 하는 말들을 쉽게 쓰지는 않지 않은가 말이다.

이 작품이 2007년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할 때 많은 심사위원들이 '최근 많은 소설들이 <삶의 현실성에서 유리>되었던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작품은 그렇지 않기에 대상을 안겨주었을텐데,

나는 서사적 구도와 설정 못지 않게 표현 하나하나에도 '삶의 현실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이문열, 공지영의 소설에서같은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표현들을 이 소설에서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