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길 닫는데로

홍콩 도착하고 숙소에서




피곤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숙소문제.
이렇게 신경 쓰였을 바에야 차라리 믿음직한 여행사에서 호텔팩으로 하는 건데, 도미토리에서 묵으려다가 그냥 싱글룸에서 지내기로 했다.

요즘 내가 변했다는, 혹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부쩍 느껴졌다. 낯선 이방인으로 홍콩에 와보니 그 느낌이 피부로 와 닿는다. 이를테면, 혼자 외국여행하는 재미 중 하나가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여행지에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정보도 공유하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과 이방인의 만남, 일상을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은 서로의 벽을 쉬이 헐어준다. 일본에 사촌동생과 여행할 때에는 오히려 둘이었기 때문에 그런 걸 느끼지 못해 솔직히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만남이 왠지 성가시게 느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짜 허름한 백팩커스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비위 좋게 잘 지냈는데, 이젠 깨끗하지 않은 숙소에서 묵게 되면 짜증이 난다. 아무하고나 뻔대좋게 잘 어울리고 비비고, 말걸기도 서슴없던 성격이었는데 이젠 낯선 누군가를 상대할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 경계심이 생긴다. 물론 겉으론 웃고 있지만, 겉과 속이 달라짐을 느낄 때 필연적으로 드는 불편함.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는 걸까? 열린 마음과 태도를 갖고 있는 것만큼은 자부하고 있었는데, 과연 내가 그런지 조금씩 자신이 없어졌다. 변화는 변화지만, 그렇게 긍정적인 변화나 성장이라기보다 퇴보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미디어몹 : 2008/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