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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닫는데로

홍콩 두번째 날





1.

훨씬 나은 숙소를 찾았다. 싱글룸이 $280로 예전 숙소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곳. 카메라 컨버터도 얻어서 충전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처없는 배낭여행자의 익숙한 벗은 거리다.
오늘은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왔지만 우산없이 다니는데는 다행이 큰 지장이 없다.

전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구룡공원과 홍콩 역사 박물관에 다녀왔다. 영국에 할양됐다가 일본 침략에 무너졌던 홍콩은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걸어왔다. 제조업 중심으로 한국이 발전했다면 홍콩은 물류와 금융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처음 홍콩에서 내 눈을 붙잡은 것은 삼성 팻말이다. 외국 공항이나 시내에서 이제 한국 기업의 팻말을 보는 건 전혀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홍콩에서는 조금 인상적인 것을 발견했다. 공항에서 시내 들어올 때 한진 마크와 현대상선 마크가 찍혀 있는 컨테이너 박스가 수없이 늘어서 있었다. 홍콩이 물류 중심지로서 인상이 각인되었다. 센트럴에는 영국 HSBC, 스탠다드 차타드은행, 중국은행이나 시티은행 건물등이 랜드마크로 서 있었다. 이걸 보니 무엇이 홍콩의 주력 산업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2.

홍콩은 사람 구경이 제격이다. 멋진 건물이나 사적보다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멋진 건물이라봐야 현대식 고층빌딩인데, 내 관심은 별로...

깜짝 놀랜건, 홍콩 여자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예쁘다는 점.
한국 남자들의 이상형이라는 긴 생머리 찰랑찰랑에 호리호리한 전지현 스타일의 미녀는 드물지만 어깨 살짝 내려오는, 웨이브 준 머리에 이목구비 뚜렷한 남방형 - 귀엽고 쎅시한 미인이 많다. 굳이 말하면 내 스타일?? ㅋㅋ

중국, 일본, 동남아 미인형을 섞어 놓았다고 할까? 지나다니며 홍콩 여성분들을 바라보는 것도 솔솔했다.






3.

처음 홍콩을 여행지로 결정한 이유는,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을 비롯한 서양문화와 중국의 동양문화가 한데 융합된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그렇지 않다. 일제의 태평양 전쟁 때문에 그런 건물들은 상당수 파괴되었다고 한다. 재건할 때 도시계획을 생각보다 작은 규모로 한 것 같다. 도로도 비좁고 건물도 너무 빽빽하다.

외국에 다녀보면 오히려 서울이 얼마나 큰 도시인지를 깊이 느끼게 된다. 인구 700여만명의 홍콩은 대략 부산지하철과 비슷한 지하철 시스템이 있는데, 꽤 잘 되어있다. 도로 사정이 워낙 좋지 않으니 왠만하면 지하철을 이용하는게 났다. 만약 홍콩에서 운전하면, 운전대를 집어던질 일이 수도 없을 듯.

도로가 너무 좁고 복잡하며, 영연방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트램을 없애지 않아 더 비좁아 졌다. 그래서 그런지 버스도 기본적으로 2층버스이고 지하철도 한 량이 아주 긴 편이다. 지하철 구간은 서울의 반도 되지 않는데 한번에 많이 싣고 자주자주 온다. 요금도 저렴한 편이다.

서울 강북, 강남처럼 홍콩도 바다를 누고 구룡반도와 홍콩 섬으로 나뉘어 있다. 풍기는 인상도 비슷하고, 생활도 비슷하다고 한다. 강북과 강남 문화가 나름 특색있고 매력 있듯이, 침샤추이의 서민적인 시장이나 홍콩섬의 세련된 공간 모두 나름 흥미있는 곳이었다.






도쿄 밤 도깨비 여행이란게 있다고 한다. 일본에 특히 관심있거나 일본어를 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기 여행으로서 쇼핑은 홍콩이 더 나은 듯하다.

나는 별로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고 홍콩에서 운동화랑 핸펀고리 하나를 샀을 뿐이지만,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홍콩은 진정 천국! 같은 질의 물건을 세금없이 살 수 있으니 꽤 괜찮다. 쇼핑하는 공간도 서민적인 시장이 많은 구룡반도와 고급 백화점, 매장이 많은 Causeway Bay쪽이 나뉘어 있음. Prada, Gucci, 루이뷔통등을 세금이 거의 붙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한다. 나름 가볼만한 곳이다.

엔화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나 역시 도쿄의 물가는 살인적. 엔화가 떨어진다기보다도 원화가 워낙 강세이므로 홍콩달러도 상당히 떨어졌다. 식음료도 서울보다 싸고(이 역시 서울물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본다) 더욱이 세금까지 적게 붙으니 옷, 장신구, 공산품들은 더더욱 싸다. 중국 본토처럼 물건이 못 믿을만한 것도 아니고...

서울이나 별반 차이없는 도쿄보다, 황홀한 야경에 바다도 있고, 전 세계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홍콩이 낫지 않을까? 게다가 대강 영어도 통하니 말이다.

단, 온몸에 친절함이 묻어있는 '스미마셍맨' 일본을 기대해선 안된다. 굳이 친절도나 마음 씀씀이, 시민 질서의식 등은 서울과 비슷. 대륙 중국인들보다는 훨 젠틀하다. 최소한 물건을 던지며 건내주지는 않으니...


(미디어몹 : 200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