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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최은미 '그곳'과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 - 2023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에서 필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을 목격했다. 우선 후보작에 선정된 16편의 작가들 중 대부분이 2000년 이후에 등단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대 교체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일 터다. 또한 이삼 년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던 여성 서사가 줄어들면서 소재와 주제 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한 작품들을 여러 편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면서 동시대 문학이 필연적으로 다채로운 서사 양식을 필요로 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 중에는 물론 재난을 다룬 서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는 보다 풍성한 담론들이 오간 자리였다. - page 279, 윤대녕 작가의 본심 심사평 중에서 한국 문학을 사랑하고 즐기는 입장에서 최근 수년간 이상 문학상이나 .. 더보기
충격적인 실망 -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선생의 '딩씨 마을의 꿈'을 읽고 전염병이 도는 마을의 극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주민들을 착취하는 인물과 그 인물의 아비가 겪는 인간적인 번뇌를 따라가며 큰 감동을 받았다. 과연 모옌, 위화와 함께 중국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이라고 불릴만한 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옌롄커 선생의 다른 작품을 찾아 보다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빌려 보게 되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옌롄커 작가의 소설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번역되어 출간된 작품이라고 하고, 무려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소감을 말해야 할텐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실망스럽다. 어떻게 보면 남성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주인공 우다왕은 성실하.. 더보기
사랑의 소유를 위해 택한 고립/ 고립된 자의 외로운 집착 -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이꽃님 용인시 독서감상문 대회에 한번 출품해 볼 생각으로 작성한 독서감상문입니다. 용인시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중 1권을 택해서 써야 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는 책이 이것 밖에 없어서 선택했습니다. 성인이 아닌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보이는데 썩 잘된 작품으로 보기는 어려웠구요, 군데 군데 엉성한 부분이나 감정의 과잉이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청소년 시절 느낄 수 있는 "하루 종일 머리 속에 너만 생각해" 감정을 40대 초반에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던 점은 신선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감상문 전문입니다.----------------------------------------------------------------------------------------------------.. 더보기
202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 손보미 '불장난' 202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은 후 최근 중단편 소설의 동향 혹은 경향을 알고 싶어 202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펼쳐 보았다. 두 작품집의 공통점이라면 압도적으로 여성작가들이 많다는 점이었고, 소재 측면에서 이 이야기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정도로 2~30대 여성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러번 밝힌 바이기도 한데,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다루지 않는, 혹은 못하는 작가를 개인적으로 그렇게 인정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최근에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22년 이상문학상의 작품은 2023년 젊은작가상 작품집의 작품보다 안타깝게도 더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201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 '옥수수와 나'] .. 더보기
202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버섯 농장' 외 2023년 제 14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단편 소설집. 대학 시절, 문학 작품을 읽고 감상을  토론하는 것 자체가 공부였는데 회사 생활하면서 점차 멀어지다가 최근 한동안은 단편 소설을 거의 읽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중국에서 귀임하고 나서는 주로 에세이를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주된 미디어가 되다 보니 소설을 읽는 일이 더욱 드물어졌던 것 같다.  실용적인 것, 당장 필요한 것들에 주로 관심을 갖다가 최근에 종교, 철학, 사상 등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소설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마침 와이프가 사서 책장에 꽃아 두었던 이 책을 꺼내 읽게 되었다. 이미상 작가의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이 2023년 제 14회 대상을 차지했다... 더보기
온 몸으로 느낀다는 것,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영어 제목이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이다. 제목의 말 맛은 한국어(아마 일본어일 듯)보다 영어 제목이 더 착 붙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원래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의 단편집 제목이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인데, 이 책 제목의 원형으로 쓸 수 있도록 작가의 부인에게 요청을 하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 카페 정리 후 전업 소설가가 되고 나서 '닫힌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매일 아침 5시 전에 일어나 밤 10시전에 자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조금만 방심하면 살이 찌는 체질 때문에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거의 매일 .. 더보기
세상 어려운 만점 따내기 - 심재천,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이 소설의 재미짐에 비해 너무 제목이 노골적이다. 라니... 언뜻 보면 소설이 아니라 자기개발서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한글 제목인 보다는 영문 제목인 가 더 멋들어진 느낌이긴 하다. 중앙 장편 문학상 수상 후 작가의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면 이 소설이 아무래도 자전적인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은 토익 600점도 되지 않은 채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자 토익 만점을 따기 위해 호주로 떠나고, 작가는 회사를 그만두고(아무래도 신문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3년간 이 작품을 집필한 거 같다. 직장이라는 조직에 적을 두지 않은 채 고독한 소설 집필에 매달리는 저자와 토익 만점을 받기 위한 절실한 마음으로 호주로 떠나는 주인공이 적지 않게 .. 더보기
내 삶 속에 찾아온 이야기들 - 김훈, '저만치 혼자서' 많은 사람들이 , , 등 김훈 선생의 역사 기반 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말 김훈 선생의 팬이라면, 그래서 김훈 선생의 신간을 놓치지 않고 읽는 독자라면 선생님의 역사물 못지않게 현대물, 특히 단편소설의 매력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긴, 단편소설 못지 않게 에세이도 감동적이긴 하다. 역사 소설이나 현대 소설이나 김훈 선생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말 디테일한 ‘취재'를 기반하여 작품을 끌고 나가는데 있다. 예전 어떤 인터뷰에서 김훈 선생은 본인이 직접 보지 않거나 확인하지 않은 것들은 감히 글로 담을 수 없다고 하셨다. 아울러, 그래서 이데올로기나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구름 위의 어떤 사상, 신념 같은 것은 다루기를 꺼리고, 오직 현실에 발딛고 있는 각 개별 인간의 군상들에 주로 관심을 둔다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