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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최은미 '그곳'과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 - 2023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에서 필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을 목격했다. 우선 후보작에 선정된 16편의 작가들 중 대부분이 2000년 이후에 등단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대 교체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일 터다. 또한 이삼 년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던 여성 서사가 줄어들면서 소재와 주제 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한 작품들을 여러 편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면서 동시대 문학이 필연적으로 다채로운 서사 양식을 필요로 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 중에는 물론 재난을 다룬 서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는 보다 풍성한 담론들이 오간 자리였다. - page 279, 윤대녕 작가의 본심 심사평 중에서 한국 문학을 사랑하고 즐기는 입장에서 최근 수년간 이상 문학상이나 .. 더보기
202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 손보미 '불장난' 202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은 후 최근 중단편 소설의 동향 혹은 경향을 알고 싶어 202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펼쳐 보았다. 두 작품집의 공통점이라면 압도적으로 여성작가들이 많다는 점이었고, 소재 측면에서 이 이야기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정도로 2~30대 여성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러번 밝힌 바이기도 한데,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다루지 않는, 혹은 못하는 작가를 개인적으로 그렇게 인정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최근에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22년 이상문학상의 작품은 2023년 젊은작가상 작품집의 작품보다 안타깝게도 더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201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 '옥수수와 나'] .. 더보기
천사는 여기 머물다 - '전경린', 2007년 이상문학상 대상 29년 만에 찾아온 폭풍같은 사랑. 사랑이 너무 깊어 증오를 부르고 그 애증이 삶을 파괴하는 여자의 이야기. 사랑 없이 지낸 29년, 그 흔한 떨림이나 설레임 없이 지내다 그를 만난다. 세상이 허용하는 범위 밖에 있는 그에게 바치는 사랑. 그는 그녀의 사랑에 빠져 자신의 삶이 부서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녀에게 모든 삶을 걸지만 그녀가 그에게 바치는 사랑이 그 외의 남자에게도 향할까봐 끊임없이 의심하고 괴로워하고 억압한다. 세상에 그런 여자도 많고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와 함께 있다는 믿음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신뢰와 믿음에 바탕을 둘 겨를 없이 이루어진 사랑은 욕망에만 기대게 되고, 그 욕망이 삶을 파괴하는 걸 목도하는 그녀는 결국 그와의 사랑에 힘겨워하다 그에게 도망치고 만다. 결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