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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大 英 博 物 館 마지막 날, 지갑을 잃어버린 재수없는 곳이긴 하지만 대영박물관은 일생에 한번 꼭 둘러볼 만한 환상적인 곳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젊은 시절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세계를 받아들인 곳이자, 칼 맑스가 자본론을 집필한 곳으로도 유명한 이 곳은 건물 외관 및 입구부터 관람객을 압도하며 구석구석에 전통과 권위의 향기가 묻어있다. 미이라등 고대 이집트의 유물과 이슬람 유적, 인류 4대 문명의 기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도 대영박물관은 과거의 권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인류사적 가치있는 것들을 발굴하고 검증하고 연구하는, 사학과 인류학의 중심에 서 있다. 초창기 영국의 세계 지배를 통해 제 3세계에서 약탈하고 빼앗은 물건을 가져다 놓은 원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영박물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보기
찰나, 운명 등등 그나마 한 숨 돌린 지금에서 이 사건을 돌이켜 보면, '사람일은 참 알 수가 없다'고 깨닫게 된다. 이건 어떻게 보면 큰 일이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기도 한데, 그 경계를 가르는 건 아주 순간의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아침 대략 80파운드 정도가 남았다. 50파운드를 배낭에 넣을까 지갑에 넣을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마지막 날이니 지갑에 넣자'고 해서 결국 지갑에 넣었다. 지나가다 예쁜 기념품이나 자그마한 선물거리라도 있었으면 사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 돈을 배낭에 넣었다면 한국인 순수녀에게 돈을 빌리지 않았을 것이고 15파운드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 헤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지갑을 슬쩍 했을 소매치기는 빈 지갑을 보고 짜증내며 쓰레기 통에 쳐박았을 것이다. 또 만일.. 더보기
사건 사고 소식 내가 '이제 여행에 모험의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더니, 하늘의 계신 누군가가 심술을 부린 모양이다. 지금까지 어떤 여행보다 가장 짜릿한 경험을 했으니 말이다. - 조금은 긴 이야기 - Oxford에서 런던에 도착해 짐 보관소에다가 배낭을 맡기고 런던을 조금 더 둘러보려고 Victoria역을 나섰다. 한국 음식을 못 먹어본지 4일째, 첫날 같던 차이나 타운의 한국 음식점에서 설렁탕으로 끼니를 때우고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를 구입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다리가 아파 카페에 앉아 있었다. 커피라도 한잔 할까 하고 가방을 열었는데, 아뿔싸! 지갑이 없어졌다! 분명히 안내 책자를 살 때 지갑을 열었으니 박물관에서 잃어버린 것은 분명한데, 과연 어디로 갔을까? 거의 한시간 동.. 더보기
CITY of OxFord '대학'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들어가기 전에는 나의 의식과 무의식을 죄고 있는 족쇄인 동시에 탈출구이자 희망이었고, 다니는 동안에는 벗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포근했던 성장과 지혜의 토양이었다. 졸업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학은 아련한 추억의 공간이자 자유로운 모든 것들을 상징하는 터전이다. '크게 배운다(大學)'는 지성의 의미로든, '온 우주(Universe)'라는 어원에서 가져올 수 있는 진리의 의미든, 대학은 적어도 내게 모든 긍정적인 것들을 다 쏟아부었을 때 이룩할 수 있는 아마도 유일한 성이 아닐까 싶다. Oxford역에서 City Centre에 들어서면서 나는 난데없이 교토를 떠올렸다. 물론 교토는 Oxford보다 인구가 10배 정도 많고, 대학도시라고 하기엔 그 이외의 무수한 .. 더보기
B&B, English Breakfast - Oxford로 가는 기차 안에서 어제 숙박비에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일어나자마자 악착같이 밥 먹으러 갔다. 영국 음식은 Fish & Chips라는 대중적인 음식과 English Breakfast라는 아침 정찬으로 유명한데, B&B 호텔에서 묵지 않았으면 그 유명한 English Breakfast를 경험하지 못할 뻔 했다. 사실 혼자 여행하면서 근사하게 아침 먹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잘 해야 샌드위치나 베이글에 커피나 오렌지 주스를 마셨겠지. 예전에는 라면도 곧잘 끓여먹었는데 영국에는 한국 음식을 파는 수퍼도, 음식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흔한 중국 상점도 없으니 영국은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아시아와 퍽 먼 모양이다. B&B란, Bed and Breakfast의 약자로 아침식사가 포함된 숙박을 말한다. 일본의 료칸(旅館)처럼 전통.. 더보기
Liverpool Street 예전에는 왠만큼 걸어도 괜찮더니, 이제는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 예전에는 길 가다가 동양인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는데, 여기는 아주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면 그 흔한 중국인도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더 내 스스로가 이방인스럽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날씨가 변했던 London과 Edinburgh와 달리 따뜻한 햇살이 내려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게 Liverpool의 낯선 거리를 걷는 내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다름'이다. 리버풀은 비틀즈와 세계적인 축구 클럽 Liverpool FC로 유명하지만, 사실 산업혁명기 '신대륙 아메리카'로 가는 관문이었다고 한다. 노예로 팔려가는 아프리카인들의 슬픔과 새로운 삶을 건설하고자 했던 영국ㆍ아일랜드 이민자의 꿈이 서려있던 곳이다. 지금은 문화단지로 변해 연.. 더보기
숙소에서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미 눈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세벽 4시였다. 정확히 12시간동안 잤던 셈. 그래도 몸 상태가 확실히 좋아졌다. 숙소도 굉장히 깔끔한 싱글룸인데다가 분위기도 좋고... 누가 나중에 에든버러 여행 온다면 이 숙소를 적극 추전해 주고 싶다. 에든버러 도시도 아주 굉장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멋진 곳이지만 정말 때를 잘 맞춰 온 것 같다. 여행 일정 짤 때는 Fringe Festival 때문에 숙소 예약하기 힘들까봐 걱정했을 뿐이고, 막상 여행할 때에는 전혀 기억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오후가 되니 이 고풍스런 도시에 축제의 막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에든버러 성은 Millitary Tatoo 페스티벌로, 그 아래 Royal Mile은 세계 각 국에서 몰려든 광대, 배우, 연주자... 크.. 더보기
스코틀랜드의 고도(古都) - 에든버러 5분 전에 겨우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차에 올라타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자는지 깨는지 자는지 깨는지 하다가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창 밖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세벽 4시에서 5시 사이 쯤 되었을까? 높은 산이나 무성한 나무 대신에 넓은 초원과 구릉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 키 작은 나무들이 군데 군데 있었다. 큰 산봉우리 사이에 해가 수줍게 올라오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땅의 태양은 넓은 구릉에 넓게 퍼져 도화지에 색 번지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 먹은 종이에 물기가 아른거리며 올라오듯이 날은 그렇게 밝아오고 있었고 나는 그 때부터 한 숨도 자지 않았다. 그것이 영국에서 느낀 최초의 감동이었다. 뉴질랜드처럼 고개만 돌리면 예술인 그런 자연은 아니었지만, 스코틀랜드의 산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