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완벽한 상태로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캐스팅, 줄거리 및 이야기의 틀거리, 미장션, 연기력, 자본력과 마케팅
모든 면에서 다 갖춰진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백윤식, 송강호의 절대 연기력이야 뭐 원래 익히 먹고 들어가는 거고,
조정석의 맛깔나는 역할도 흥미로웠지만 이번엔 사실 이정재의 무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카리스마 넘치는 이리 '수양대군'역을 어떻게 저렇게 무게있게 잘 다루었는지
이정재가 노려볼 때마다 섬뜻섬뜻했다. 과거 이정재의 후까시를 기억하면 역할에 힘이 많이 들어갈 법도했지만
별로 그런 과잉을 느끼지도 않을만큼 그 아슬아슬한 사이를 참 잘도 넘나들었다 싶었다.
사실 수양대군은 잔인한 냉혈한이었지만 사실은 정치는 적절히 잘 해 나갔던 치세의 달인이라,
캐릭터에 약간의 자비를 집어 넣었을 법도 한데, 그러한 포인트를 완전히 거세한 점이 조금 걸렸던 아쉬웠다.
예를 들어, 마지막 부분에서 팽헌(조정석役)이 김종서(백윤식役), 혹은 그가 아니더라도 그 수하들이
진형(이종석役)의 눈을 멀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수양대군(이정재役)에게 밀고를 하는데
사실 그 그대로였다면,,, 한명회나 수양대군측에서 진형의 눈을 멀게하도록 계략을 짜지 않고
원래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의 행태가 그런 것이었다는 쪽으로 가게 되었다면 더 다채로운
극 흐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냥 마냥 수양대군측을 악마로 몰고가는 것 보다는 입체적인
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광해>와 언뜻 색깔은 비슷하지만 <광해>가 조금 어설픈 느낌이 있었는데
<관상>은 뭔가 더 잘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영화관에서 볼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