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땅으로 쓸려간 사람들의 씁쓸하고 안타까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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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검은 꽃>은 뇌쇄적인 작품이다.
가장 약한 나라의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인생 경영을 이렇게 강렬하게 그린
작품은 일찍이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작가가 이들의 고난을 처절하게만
그려 연민의 눈물을 쥐어짜내는 감상주의에 빠지지도 않았고 주인공의 의지만으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영웅본색'식 모험담에 유혹당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검은 꽃>에서 가혹한 운명과 마주한 사람들은 그 운명에 맞서 싸울 힘 하나 없는
바로 그 처지로 자신들의 운명을 다스려 나가는데 그러한 과정 자체가 운명의 블랙홀
속으로 무참하게 흡입되어가는 형국을 이룬다. 그리하여 독자는 가장 비천한 사람에게서라도
사람답게 살고자 할 때는 어김없이 비쳐나는 고결한 기품과 유한자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패배가 자아내는 깊은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작가는 '동일시'와 '낯설게 하기'라는
모순된 기법을 하나로 융합시켜나가는 가운데 정념의 '두 무한'을 인간 정신의 높이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처럼 세워놓았다. -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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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힘없이 무너지는 20세기 초반과 그 혼돈의 시기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조선에서의
삶의 흔적을 갖고 멕시코로 향하는 육중한 화물선 <일포드> 호에 오른다.
피리부는 내시와 도망중인 신부, 옹니박이 박수무당, 가난한 황족과 굶주린 제대 군인
보부상에게 끌려다닌 고아는 우당탕탕 뒤엉켜 고생 끝에 멕시코에 도착하고
여러 농장에 분산 수용되어 비인간적인 환경의 채무 노예가 되고 만다.
4년간의 계약기간 동안 1,000여명의 조선인들은 이미 흔적없이 사라진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각자 스스로에게 던져진 인생에 조각처럼 멕시코로 흩어져 버린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각자 자신의 운명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것을 아주 침착하게 그려낸 문체에 빨려들어 쉽게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김영하씨의 소설은 장편이든 단편이든
각각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가지 색깔로 담아내는 매력을 가졌다.
참!!
文學과 藝術의 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