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이 책에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혹은 어떤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지에 대해 2년 동안 한번도 물은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을 만한 내용도 많이 들어가 있겠지요." 질문이라기보다는
단정이었다. 그가 대답을 해 달라는 듯 나를 보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좋아요. 그럼 사내 책자 같지는 않겠군요. 당분간은 안 읽을 겁니다. 열 받고 싶진 않으니까.
1년 쯤 후에나 읽어 보지요. 그 때까지 살아 있다면.">
스티브 잡스는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다. 영웅으로 칭송 받지만, 그가 애플을 쫓겨날 때 무렵에는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찬 애송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악한 모습도 비추는 인물이었다.
그는 예술가 기질히 다분한, 무언가 굉장히 이상적인 것을 추구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감수성이 상업적인 본능과
엔지니어로서의 감각이 함께 융화된 인물이었다. 자학적인 예술가가 되거나 사업에 실패한 노숙자가 될 수도 있는
타입이었지만, 그는 목표한 바에 끊임없이 돌진해 결국 혁신과 통합의 왕국 (End To End)을 만들었다.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안드로이드가 그렇듯 자신의 소프트를 세상에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시장 점유율은 그들이 많이 차지하겠지만, 조잡한 제품으로 결합되기 때문이었다. iOS와 결합되는
애플 제품의 폐쇄성은 극한의 장인정신으로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최고의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미치도록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로 인해 시장점유율이나 수익이 감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착,
그가 다른 CEO나 사업가와 다르게 예술가나 장인으로서 사람들이 열광하게 만드는 요소였던 것이다.
900여매의 두꺼운 책이지만 스티브 잡스의 괴팍하고 사악한 예술가로서 여정을 이해하려면
확실히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