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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사랑의 소유를 위해 택한 고립/ 고립된 자의 외로운 집착 -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이꽃님

 용인시 독서감상문 대회에 한번 출품해 볼 생각으로 작성한 독서감상문입니다. 용인시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중 1권을 택해서 써야 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는 책이 이것 밖에 없어서 선택했습니다.

 성인이 아닌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보이는데 썩 잘된 작품으로 보기는 어려웠구요, 군데 군데 엉성한 부분이나 감정의 과잉이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청소년 시절 느낄 수 있는 "하루 종일 머리 속에 너만 생각해" 감정을 40대 초반에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던 점은 신선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감상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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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과정이나 길은 한 가지는 아닐 것이다. 별로 이성으로서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스며들 듯 점점 감정이 커져 두근거림을 주체할 수 없을 수도 있고, 평범한 일상을 나누던 사람에게 우연한 계기로 훅 빠져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처음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첫 만남에 열병에 휩싸여 사랑에 빠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란 감정적인 것일까 아니면 이성적인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10대의 사랑은 감정적인 것이 아니냐고 되물어 볼 지도 모른다. 혹시 이런 경우는 없었을까? 학년이 바뀐 학기 초 주목받는 외모로 눈에 띄던 남학생이나 여학생이 있었다. 몇 개월이 지나고 초반에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던 누군가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알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다르게 보이고, 심지어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그리고 원래 주목을 받았던 그 학기 초 셀럽은 관심에서 멀어지는 현상. 20대 중후반 이후 연인을 찾을 때 이성의 배경이나 학력, 직업, 가정환경 같은 조건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 더 순수하다고 말하는 10대에도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에는 감정 뿐만 아니라 이성이 함께 배어들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작품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에서 해주가 해록이를 좋아하는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은 화자이자 주인공인 해주와 해록이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담당 경찰관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해주가 해록이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과 해주 주위의 인물들을 조사 및 인터뷰한 경찰관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다르다. 해주는 해록이와의 사랑이 운명적인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해주와 해록은 서로를 계속 눈이 마주치면서 서로를 의식하는 관계였다. 공부도 잘하고 눈에 띄게 예쁜 사랑의 방해꾼 온주를 물리치며 해록이의 고백을 이끌어낸 영광스런 사랑의 시작으로 둘 사이의 관계를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경찰관의 판단은 다르다. 해주는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복종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 그 사이를 이간질하고 마음대로 부려야 되는 아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그런 친구가 필요했는데 예쁘고 성격도 좋으며 공부도 잘하는 온주 때문에 그런 위치에 올라서기 어렵게 되자 멋진 해록이를 가지고 싶어했다. 해록이를 가지면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있고 온주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질 수 있다는 묘한 쾌감까지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0여 페이지의 내용 중 앞 160 페이지가 해주의 독백인데 그 해주의 독백을 무력화하는 경찰의 이야기는 로멘스가 호러로 바뀌는 느낌까지 들었다.

 

 관계와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라쇼몽이나 홍상수 감독의! 수정처럼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읽는 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 작품의 메인 줄기이다. 200페이지 중에서 전반부 165페이지는 작중 주인공인 김해주정해록과의 사랑과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여자 경찰에게 들려준다. 후반부 약 27페이지는 실종된 정해록을 찾기 위해 탐문 수사 중인 여자 경찰이 해주의 이야기를 듣고 김해주의 주변 인물을 찾아 인터뷰한 내용을 김해주에게 다시 들려주는 내용이다. 후반부 경찰이 해주에게 전해 주는 이야기는 해주가 말한 이야기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해주의 왜곡된 감정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혼내주기까지 한다. , 경찰은 해주의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단호하게 부정하였다.

 어떤 독자는 경찰의 이야기를 읽고 소설의 약 80%에 달하는 전반부 해주의 이야기를 모두 부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믿어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해주의 이야기 전체를 부정하고 싶지 않으며, 그렇다고 기계적으로 50:50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경찰의 이야기에 너무 많은 개인 감정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주 한 짓이 곰팡이 같다든지, ‘주먹을 휘두르고 칼을 휘두른 것만큼이나 끔찍한 깃을 한거야라는지, 해주를 겁에 질려 으르렁거리는 작은 개 한 마리일 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처음 만난 학생에게 드러내기에 과한 감정적인 개입이다. 둘째는 경찰관이 인터뷰한 주변 인물들을 바탕으로 내린 판단에 경찰관의 상상력이 너무나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 때문에 바쁜 해주의 부모님이 해주에게 미안해하는 죄책감을 해주가 이용했다든지, 해주가 친구들을 좌지우지하고 부릴 수 있어야 하는데 온주로 인해 그게 어려우니 해록이를 가지면 해결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든지 하는 것 역시 경찰관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추측일 뿐이다. 팩트에 기반한 사건의 진실을 파해쳐가는데 전문적으로 훈련된 직업인인 경찰관의 태도를 넘어선 것이어서 깊이 공감하기 어려웠다.

 

 사랑과 집착, 그 사이 어딘가

 남녀간의 사랑에 얼마간의 상호 소유욕이 있고 다른 이성이 아닌 나만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많은 연인은 상식적인 선에서 서로를 지켜가고 그 사랑이 무르익어 결혼을 하면 평생 동안 상대방만을 사랑하며 살겠다는 서약을 만인의 축복 속에서 하게 된다. 결혼이 사랑의 결말은 아니겠지만, 법과 제도 속에서 사랑의 구속을 지켜나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해주는 해록이를 사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 것은 두려운 일이고, 그 두려운 일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

 ‘네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길까 봐 늘 불안했어. 사랑이 식을까봐, 그래서 다시 혼자가 될까 봐, 나는 너에게 점점 더 사랑을 구걸했고 너에게 맞춰 나갔어. 끊임없이 네 사랑을 확인받고 또 확인 받으면서.’- page 74

 해주는 늘 온주가 불안했고 예지와의 과거를 듣고 폭발했다. 해록이가 자기가 아닌 다른 남자 친구와 있을 때 못마땅했다. 해록이가 자기와만 있게 하기위해 남자들을 떼어놓고 싶어했고 더 예뻐지고 날씬해 지고 싶어서 스스로를 몰아갔다. 안타깝게도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있었으면 다른 여자애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다른 남자들과 해록이가 시간을 보낼 때 본인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렇게 했을 때 자기 스스로가 더 빛나는 존재가 되고 그 빛나는 모습으로 해록이의 마음에 해주에 대한 마음과 신뢰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상대를 옭아매고, 서로를 파괴하는 관계는 슬픈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곰팡이 같은 행동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