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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너무 말이 안됐지만 인내심을 가졌어요 -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알고리즘에 끌려 이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를 봤다. 전체 20분 중 한 5분 정도 보았을 때, 화면이 너무 이쁘고 여주인공도 러블리하며, 무엇보다 최근에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본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스포가 나올 부분에서 멈추고 넷플릭스에 올려져 있는 이 영화를 바로 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을 한 줄로 요약하면 '서로 거꾸로 시간이 흘러가는 두 남녀의 판타지 섞인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너무 스토리에 공감이 되지 않아 1/3 지점에서 지쳐 버렸다. 내심 '건축학개론' 같은 느낌의 아련한 20대 초반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건축학개론'을 입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다만, 수지 못지 않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후쿠쥬 에미역의 고마츠 나나 덕분에 끝가지 볼 수 있었다고 할 수.. 더보기
세상 어려운 만점 따내기 - 심재천,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이 소설의 재미짐에 비해 너무 제목이 노골적이다. 라니... 언뜻 보면 소설이 아니라 자기개발서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한글 제목인 보다는 영문 제목인 가 더 멋들어진 느낌이긴 하다. 중앙 장편 문학상 수상 후 작가의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면 이 소설이 아무래도 자전적인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은 토익 600점도 되지 않은 채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자 토익 만점을 따기 위해 호주로 떠나고, 작가는 회사를 그만두고(아무래도 신문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3년간 이 작품을 집필한 거 같다. 직장이라는 조직에 적을 두지 않은 채 고독한 소설 집필에 매달리는 저자와 토익 만점을 받기 위한 절실한 마음으로 호주로 떠나는 주인공이 적지 않게 .. 더보기
밑도 끝도 없는 영화 - '드림' 1,600만명이 관람했던 '극한 직업'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으로 박서준 아이유 출연이 더해 기대를 한몸에 받은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이 영화평을 쓰는 것조차 아까운 생각이 든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시청율은 바닥이었더라도 적지 않은 매니아 층이 있었고 그 특유의 티키타카를 좋아하던 사람들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영화 '드림'은 영화관에서 보낸 두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뭐가 뭔지 모를 작품이었다. 박서준과 아이유가 치는 말장난 티키타카는 억지스럽고 후반부는 너무 신파로 빠졌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어정쩡한 주전선수가 이미지 변신을 위해 홈리스 축구단을 이끌고 작은 성공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영화 줄거리의 핵심 내용인데 진지함과 웃음, 티키타카와 신파가 너무 억지스.. 더보기
씁쓸한 블랙코미디 - '카지노' 많은 범죄인들이 그렇듯이, 차무식(최민식분)도 어린 시절 불우하게 자랐다. 조폭 아버지 아래에서 컸고 학교에서는 쌈박질을 일삼았다. 결국 도박'판'의 세계로 들어와 조폭 사이에서 도박판을 끼고 한평생을 산 인생이 되었지만 뭔가 그냥 악당의 죽음이라고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남는다. 차무식은 일반적인 깡패나 건달, 도박상과 약간 다른 사업가적인 면모를 보인다. 베풀 땐 쓸줄 알고, 신뢰를 중시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과 가까이 한다. 어쩌면 자신이 최대한 케어하려고 했던 수족 정팔과 상구로 인해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는 건 적지않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점이기도 하다. 민석준 회장의 죽음에 용의자가 될 때에는 오히려 차무식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점도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오승훈 경감 역을 맡은 손.. 더보기
마약 민주주의 - 넷플릭스 '나르코스(Narcos)' ** 본 블로그의 이미지는 이 블로그(https://blog.naver.com/dbswpahs/223006375390)에서 발췌하였습니다. TV시리즈 수리남을 보면 국가정보원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이 공조하는데, DEA요원들이 작전을 위해 용병을 고용하고 헬기를 타고 총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군대 특수부대 같은 느낌이라 공무원치고 좀 오버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TV시리즈 나크로스(Narcos)를 보면 왜 DEA가 이런 무장이 필요한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마약단속국이 상대하는 남미 마약상이 좀도둑은 물론 조직폭력배 수준이 아니라 거의 군사 조직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대마초(마리화나) 수준의 마약을 단속하던 동네 경찰 같.. 더보기
감동의 종합 선물세트 -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압도적인 점은 뭐니뭐니해도 1) OST를 포함한 기가 막힌 사운드와 2) 산왕전 경기 장면을 입체감 있게 살린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90년대 슬램덩크를 좋아했던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강백호, 정대만, 서태웅 등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거였을 거다. 그런 점에서 원작 슬램덩크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가지지 못했던 송태섭을 극장판 슬램덩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사랑했지만 한편으로 계속 떨어뜨리지 못했던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또 다른 도약을 하는 모습을 이야기의 줄거리로 삼은 것도 꽤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겠지만 아쉽게도 원작 슬램덩크 만화를 보지 않고 이 극장판만을 보는 사람들은 내용을 이해를 할 수 없거나, 혹은 원작을 본 사람들이.. 더보기
조잡하고 저속한 - '비스티 보이즈' 비즈티 보이즈(Beastie Boys)의 비스티가 Beast(야수같은) 그런 뉘앙스의 어휘인가 해서 사전을 찾아 보니 '싫은, 조잡한, 저속한'이란 뜻이라고 한다. 영영사전을 찾아 더 정확하게 찾아 보면 'an insect or other small animal'이란 뜻이었다. 아마 조잡한/조악한 정도의 뜻이 어휘 상으로도 영화 분위기상으로도 좀 맞아 보인다. 돈은 없는데 잘생기고 남자/여자 후리는 재주가 있어 밤에 술집에서 남자/여자에게 술파는 여자/남자들의 이야기다. 술집 남녀들의 그렇고 그런 얘기인가 하고 보다가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이야기가 점점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마지막 장면은 마치 2008년판 소설 '운수 좋은 날' 같은 서글픔이 느껴졌다. ‘수리남'을 너무 재밌게 봐 윤종빈 감독 작품 중 .. 더보기
신이 널 도우면 형벌, 날 도우면 천벌 - 넷플릭스 '더글로리' 아직 파트1(8회)만 종결되어 감상평을 적기는 이르다. 파트1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야기의 쉼표도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문동은의 복수도 복수지만, 주여정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 죄수와의 갈등과 세명초등학교의 어설픈 빌런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좀 남아있고, 박연진 남편인 하도영이 문동은의 조력자가 될지 방관자가 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점이 이야기의 종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확실한 건, 넷플릭스에서 이 악물고 만드는 시리즈물은 뭔가 차원이 다른 짜임새를 갖춘다는 점이다. 2022년 최고의 시리즈물 '수리남'에 이어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복수극,,,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재벌집 막내아들'도 인기는 꽤 많았지만 마지막 16회의 어설픈 마무리가 아니더라도 사실 허술한 부분과 공감하기 어려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