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은 '결혼이야기(Marrage Story)' 다. 하지만 두시간 내내 이혼 과정을 담은 이혼 이야기이다. 세상에 사랑을 다룬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Love Story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에 못지 않게 이혼을 하는 사람도 많은 요즘에는 이 또한 흔하디 흔한 일이 되어 버렸는데, 이혼에 대해 저렇게 내밀하고 섬세하게 다룬 이야기는 드물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십수년전 나를 사로잡았던 TV드라마 손예진 & 감우성의 '연애시대'를 떠올렸고, 그 못지 않게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남녀간의 이혼을 다룬 이야기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편 쪽의 생각과 상황에 주로 감정 이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찰리(애덤 드라이버)의 이기적인 혹은 적어도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사고에 혀를 차게 되어 버렸다. 작품을 다 보고 나서 돌이켜보면 어쩌면 나 혹은 내 주위의 많은 남자들의 상황, 혹은 생각도 사실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보다는 일, 업계나 사회에서의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자수성가한 남자가 자녀와 아내의 생각과 감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다가 결국 이혼이라는 벽에 맏닥뜨리게 된다. 남편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온, 이제는 나 자신을 찾고 싶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LA로 건너가 TV드라마를 촬영하는 한편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이혼 소장을 찰리에게 내밀고 둘은 이혼 준비를 하면서 결혼 생활의 여러 갈등이 드러난다.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이자 백미는 찰리가 새로 얻은 LA의 집에서 둘이 핏대올리며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다. 변호사를 통해서 이혼 절차와 협의를 하던 두 사람이 소송과정과 절차에 넌더리를 내고 변호사없이 만나 대화를 나누다 서로의 결혼 생활에 대해 울부짓듯 저주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마지막 엔딩에서 니콜이 찰리의 장점에 대해 쓴 초반부의 메모를 아들 헨리와 읽는 장면과 절묘하게 배치된다. 어쩌면 영화 초반에 찰리가 니콜의 장점을 쓴 메모를 읽어주는 장면, 즉 세 장면이 묘하게 배치되어 이야기의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g0W6-0BHE